[BOOK] 자기·음식·건축 등 8개 분야 한·중 비교해보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인가?
최준식 외 지음
소나무, 508쪽
2만5000원

제목을 보면 ‘아니다’란 답이 전제되어 있는 듯한데, 실은 중립적 내용이다. 복식· 음식· 건축 등 8개 분야에서 양국 문화를 비교했는데 중국문화의 영향은 인정하되 한국 전통문화의 고유성을 차분하게 분석해 보여준다.

고려 상감청자 등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자기문화 비교편을 보자. 김윤정 고려대 동아시아미술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고려 시대 초기에 시작된 청자 제작은 중국 오대(五代) 월주요 청자의 제작기술뿐만 아니라 조형 부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이후에도 도범을 통해 문양을 찍어내는 기법 등을 배웠지만 왕실을 비롯한 상류층에서 청자를 금은 그릇보다 귀하게 여기면서 새로운 장식기법과 제작 기술이 개발돼 중국 송대 청자보다 우위에 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던 것이 조선 시대 들어 유학에 근거한 숭검사상이 자리잡으면서 일체의 장식이나 기교를 금한 백자가 주류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려청자의 유형이 중국 청자와 유사하다거나 조선 백자의 제작기술이 명·청의 자기에 비해 부진하다는 평은 부질없다고 한다. 오히려 10세기에 중국과 가까웠던 나라는 많았지만 청자기술을 습득해 청자를 제작한 나라는 고려밖에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책은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가 주축이 되어 쓰여졌다. 한·중· 일 문화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는 ‘다이제스트 한국 문화’를 구상하고, 2008년부터 30, 40대 젊은 연구자들을 분야별로 모아 현지답사 등을 거쳐 1년 여만에 책을 선보인 것이다. 공들인 만큼 세계화 시대에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살피기에 맞춤이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