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거품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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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선 구청들이 지난달 아파트 분양가를 과다 책정한 건설업체 두곳의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는 등 분양가 거품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업체들의 분양가 뻥튀기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소비자보호단체에 의뢰해 다음달 4일 일반 분양되는 서울 6차 동시분양 아파트 8백47가구에 대한 분양가 적정성 여부를 따져 본 결과 11개 업체 중 아홉곳이 토지 가격 등을 원가보다 최고 세 배 이상 높게 매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5일 해당 구청에 아파트 분양 승인 시한인 28일까지 9개 업체측이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내리도록 권고하고 이를 거부하는 업체는 국세청에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시가 일선 구청에 분양가 조정 지침을 내리기는 4,5차 동시분양에 이어 세번째다.

양천구 신정동에서 31평형 아파트 65가구를 분양하는 L건설의 경우 토지 가격을 원가보다 3.4배나 부풀린 것으로 분석됐다. 마포구 망원동 I건설과 양천구 신월동 D건설 등 7개 업체도 원가보다 두배 이상 높게 매겼다.

건축비의 경우 서초구 방배동의 또다른 D건설은 평당 건축비를 건설교통부의 표준 건축비(2백26만원)의 두배가 넘는 5백11만5천원으로 책정한 것을 비롯, S·L·W사 등 일곱곳이 가격을 과다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당 건축비를 4백만원 이상으로 책정한 5개 업체를 포함해 11개 업체는 3백만원 이상으로 계산했다. 이는 지난달 5차 분양 당시 대부분 업체가 평당 2백만원대로 산정한 것보다 훨씬 비싼 것이다.

광고 선전비와 재개발 사업비를 일반 분양자에게 떠넘긴 얌체 업체도 있었다. 재건축을 맡은 은평구 증산동 S건설은 사업비의 75%를 일반 분양자에게 부담시켰으며, 신정동과 사당동의 L건설은 가구당 1천20만원과 8백25만원을 광고 선전비로 각각 책정해 분양가에 반영시켰다. 일부 업체는 등기비를 세배 높게 매겼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번 분양가 검증은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이 한국감정원 등 전문가들과 함께 ▶건축비·토지 가격 원가▶주변 시세▶부대 비용 산출서 등을 종합 평가해 분석했다. 소시모 김재옥(金在玉)회장은 "'분양가 산정이 정당하다'고 우기는 업체들이 있어 원가와 소요비용 산정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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