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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호주제 폐지 혼란 없게 철저한 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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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호주제 폐지에 합의함으로써 민법 개정안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낡은 관습에, 성차별적인 제도라고 비판의 대상이 되던 호주제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폐지될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일제 식민지 지배의 잔재로 꼽혀온 호주제가 없어지면 한국 여성계는 1948년 참정권 획득 이후 50여년 만에 또 한 단계 전진한 남녀 평등을 이루게 된다.

우리는 이미 시대의 변화에 따른 호주제 폐지 원칙에 동의하고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호주제를 대신할 새로운 안에 대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국민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너무 급격한 변화는 자칫 한국인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내려오는 가족문화를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킬 가치가 있는 관습을 존중하고 현대사회로 올수록 더 중요해지는 가족의 울타리를 더 튼튼히 하는 쪽으로 대안을 내고 법 조항을 손질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법무부는 호주제를 폐지했을 때 선택해야 하는 새 신분공시제도로 1인1적제와 가족부를 제시한 상태다. 가족부는 개편작업이 쉬운 반면 기준인을 세워야 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남성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호주제 폐지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인1적제의 경우, 남녀 불평등 문제는 생기지 않으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해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남녀 불평등이 생기지 않는 방향에서 가족부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부는 호주제 폐지를 확정한 만큼 이제부터 그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7년 2월 시행한다 해도 오래 내려오던 가족관계를 대체할 적확한 제도 결정에는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대법원과 법무부는 이른 시일 안에 기본안을 만들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여론을 두루 듣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녀 평등의 새 길을 내딛는 첫걸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