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들 한국 善戰 e-메일 홍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한국은 아시아의 자존심. 꼭 독일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세요."

미국 유학 출신인 경원엔터프라이즈 박진형(33)과장이 몇년간 연락이 뜸했던 필리핀인 대학동문 조비 디오캄프로부터 지난 23일 받은 e-메일이다. "한국팀의 선전이 필리핀에서 연일 화제다. 한국팀 경기 다음날엔 지각·결근사태가 속출한다"는 현지 소식도 곁들였다.

한국팀이 유럽 강팀을 연파하며 4강에 오르자 현지상사·바이어·유학 등으로 한국인과 인연을 맺은 아시아인들의 격려와 관심도 절정이다.

다국적기업 듀폰코리아의 방승태(33)과장은 24일 싱가포르·인도·말레이시아·대만의 현지법인 직원들이 앞다퉈 보낸 축하 메일 40통을 받았다.方과장은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문서에도 한국팀 결승 진출을 기원하는 문구들을 꼭 추가한다"며 뿌듯해 했다.

아시아국 해외운송 담당자들이 보내는 수입요청서에도 "한국이 아시아의 힘을 보여줬다""끝까지 승리" 등의 추신이 꼭 붙는다는 게 한양국제운송 항공수입 담당 이성애(26·여)씨의 말이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직원들의 위상도 높아졌다.

타이항공 승무원 오향숙(29·여)씨는 "그간 국적이 다른 승무원끼리 교류가 적었지만 이탈리아·스페인전 이후 안부인사를 받느라 바쁘다"면서 "붉은 악마 티셔츠를 사달라는 부탁도 많다"고 전했다.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 한국지사 장성진(29)씨는 "도쿄 본사 여직원들로부터 안정환 반지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밀려 골치"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