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청산' 주도권 경쟁:한나라 공세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21일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정치권은 '청산정국'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8·8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패청산·과거청산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은 특검제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정권비리를 선거 이슈로 삼으려 하고, 민주당은 '청산 프로그램'으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청와대와 민주당,민주당 내 계파간 갈등은 치열한 권력암투와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이 김대중 대통령의 대 국민사과의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구속된 金대통령 차남 홍업(弘業)씨의 비리가 정권 차원이란 점을 밝혀내란 요구다.

김영선(金映宣)수석 부대변인은 "홍업씨가 청와대·검찰·국세청·금감원 등 권력기관을 대상으로 만능 해결사나 사건 브로커처럼 했다"며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국세청 등 국가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 여부▶거액의 불법자금 세탁 경위▶국가정보원과의 돈거래▶홍업씨의 국정개입 의혹▶아태재단의 이권개입 여부 등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홍업씨가 영향력을 미친 사건을 수사한 검찰·국세청 라인에 대한 조사와 인적 청산도 요구하고 있다.

24일 강창희(姜昌熙)최고위원의 기자회견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두(李康斗)정책위의장은 "철저한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특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관계자는 "국회 원구성이 되면 바로 국회를 소집,이미 드러나 부패뿐만 아니라 새로운 부패에 대한 공개와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洪準杓)의원도 아태재단 등에 대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공세는 8·8재보선 정국을 부패청산 정국으로 끌고가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부패정권 교체'란 메시지를 각인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다만 한나라당에도 고민은 있다.민주당이 정국 돌파를 위해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에 대한 폭로를 재개하리란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가진 소재에 대한 탐문에 나서는 한편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하면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