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 特檢·청문회' 盧후보 수용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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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와 주류 측은 20일 비주류의 역공에도 불구하고 8·8 재·보선을 대비한 당 체제 정비작업에 착수했다.

일단 후보와 주류측은 '부패청산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야 '부패 정부 심판'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청산 프로그램을 개발할 '당 발전개혁특위'위원장은 한화갑(韓和甲)대표가 직접 맡기로 했다. 후보와 주류 측은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대통령 친인척 재산 공개▶정치자금 모금 및 집행의 개선 등을 검토 중이다.

이런 제도적 방안 외에 특단의 대책도 강구될 전망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과거 정권은 부패가 더 심하지 않았느냐'는 게 후보의 인식이었으나 이번 선거를 계기로 사고의 틀을 깼다"며 "청산 대상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모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쇄신파 의원들은 그동안 ▶박지원(朴智元)대통령비서실장의 자진사퇴▶대통령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의 탈당▶아태재단 사회환원▶김방림(金芳林)의원의 검찰 자진출두 등을 요구해 왔다.

후보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홍업씨 사건과 관련,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 제대로 수사했다고 보느냐고 물어봤을 때, 이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가는 것이 청산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청문회나 특검제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주류측 최고위원들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에게 8·8 재·보선 특별대책기구 위원장 인선권을 줬다. 후보 컬러에 맞는 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후보 주변에선 특별기구 위원장으로 조순형(趙舜衡)고문 등이 거명되고 있다.

민주당은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공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승부처인 수도권 쪽엔 전문경영인 안철수, 방송인 손석희, 영화배우 문성근씨 등의 영입이 거명된다.

민심 수습을 위해 국회의장 자유투표제 수용 등으로 원구성 협상을 전격적으로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들은 주류 측이 추진하는 '청산 프로그램'에 대해 "그런다고 국민이 민주당을 DJ당이 아닌 노무현당으로 보겠느냐"고 냉소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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