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소송 승소율을 높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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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4월 서울시는 1백억원의 거액을 H개발에 돌려줬다. 1999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내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대해 90억8천9백만원의 '과밀부담금(교통혼잡·유동인구 유발 등)'을 매겨 징수했지만 H개발이 시를 상대로 낸 '부담금 환급 행정소송'에서 패소, 원금과 3년치 이자까지 모두 물어준 것이다.

당초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아셈빌딩·무역센터를 각각의 건물로 보고 부담금을 따로 따로 매겨야 했지만 법령 해석을 잘못해 한꺼번에 부담금을 징수한 것이 원인이었다.

시민들의 자기 권리 찾기 의식이 높아지면서 행정기관을 상대로 각종 민사·행정 소송을 청구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서울시에 비상이 걸렸다.

소송에서 지면 행정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데다 소송 청구 액수 또한 갈수록 고액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제기된 각종 행정·민사 소송은 모두 9백42건으로 3년째 연평균 1백여건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도 지난 3월 강서구 방화지구 일대 주민들이 "하천부지를 반환하라"며 시를 상대로 사상 최고액인 6백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6백37건의 소송이 청구됐다.

<그림 참조>

이에 따라 시는 ▶소송 진행 중간보고제▶담당 직원 신상필벌 강화▶법률자문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승소율 높이기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우선 시는 법무담당관실과 소송 관련 직원이 입증자료와 유사판례를 확보해 대비하고, 변론 종결 전에 소송진행 상황을 의무적으로 중간 보고토록 했다.

또 승소·패소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해당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와 징계를 엄격히 적용키로 했다. 소송에서 이겼을 경우 최고 1백80만원의 포상금을 주고, 질 경우는 훈계·경고·감봉·구상권 행사 등 제재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종전에는 대부분 훈계 수준에 그쳤다.

이와 함께 시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 정경식 전 헌법재판관, 오성환 전 대법관 등 거물급 변호사 30여명을 법률고문으로 위촉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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