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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칩으로 즉석 癌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전립선 암은 초기·중기·말기 등 진행 정도에 따라 암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 종류가 다르다. 암세포가 만들어 내는 단백질은 10여종이나 된다. 인체 내에 어떤 단백질이 있는지 알아내는 단백질 칩이 있다면 복잡한 검사를 거치지 않고도 한순간에 전립선암의 유무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태송 박사팀은 머리카락 한올 굵기밖에 안되는 초소형 다이빙대와 씨름을 하고 있다. 다이빙대에 암이나 각종 질병의 항체를 코팅해 그 병을 진단할 수 있는 단백질칩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항체에는 특정 질병이 만들어내는 단백질 분자가 달라붙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칩으로 전립선암을 진단한다고 치자. 10여개의 초소형 다이빙대에 각각의 단백질이 붙는 항체를 코팅해 놓은 뒤 진단을 받는 사람의 혈액에 넣는다. 그런 뒤 어느 단백질이 어떤 다이빙대에 붙는지만 알아내면 암 진행상황을 손금 들여다보듯 알 수 있다. 다이빙대에 아무 단백질도 붙지 않으면 그 사람은 전림선암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인간 지놈 지도가 완성된 뒤 전세계적으로 단백질칩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다. 며칠씩 걸리던 진단을 몇분~몇시간에 끝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천가지의 단백질을 한번에 분석,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은 질병을 진단하거나 신약 개발, 유전자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질병 진단을 칩 하나로 하는가 하면 신약 개발 을 단기간에 해낼 수 있게 한다.

미 사이버진사는 8천개의 단백질을 두세시간에 분석해 확인할 수 있는 칩을 개발해 시판하고 있으며, 자이오믹스는 1㎠에 1만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을 바둑판 위에 점을 찍듯 붙여 놓은 칩을 개발하기도 했다.국내에는 ㈜에스디가 에이즈·매독·간염 등 40여종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 키트와, 14종의 질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단백질칩을 개발하기도 했다.

단백질은 사람 몸의 기능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물질. 병이 생기는 것도 유전자 수준이 아니라 단백질 수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단백질칩은 생명공학의 핵심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전자들이 협동작업을 해 최종적으로 만드는 물질이 단백질이다.당뇨병에 간여하는 호르몬인 인슐린도 단백질의 일종이다.

다이빙대 형태의 칩은 수천개의 초소형 다이빙대마다 어느 한가지 단백질만 달라붙도록 특수 물질을 코팅한다. 거기에 특정 단백질이 달라붙으면 무게 때문에 다이빙대가 밑으로 처지게 된다. 그 처지는 정도를 레이저로 측정해 어떤 물질이 얼마만큼 붙었는지 알 수 있다.

바둑판 형태의 칩은 판 위의 점 색깔이나 양의 변화로 단백질의 기능,질병 유무를 파악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지윤 박사는 "인체 내 수백만종류의 단백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몇만개씩 결합해 그 기능을 한다"며 "단백질칩은 단백질의 결합과 기능 등을 밝히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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