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호주제 폐지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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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호주제 폐지에 전격 합의했다. 국회 법사위(위원장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는 2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기로 합의하고 이런 방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2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7년 2월 민법에서 호주 개념과 호적이 사라지게 된다.

소위는 이 방안을 28일 법사위에 상정하되 표결에 부치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내년 1월 중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공시 제도에 대해 국회 주최로 공청회를 개최한 뒤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호주제 폐지에 대해 합의하고 일정까지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법 절차상 법사위 소위의 결정은 본회의 통과를 사실상 확정짓는 것이어서 호주제 폐지는 시간문제로 남게 됐다.

법사위는 또한 동성동본 금혼 규정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동성동본이라도 8촌 이내의 근친이 아니면 결혼할 수 있게 된다. 또 자녀의 성과 본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되 부모가 결혼할 때 합의하면 어머니의 것을 따를 수 있게 했다. 논란이 됐던 가족의 범위는 민법 개정안에 명시하되 기존의 부계 혈족 중심에서 부모의 양계 혈족으로 설정됐다. 이에 따라 생계를 같이할 경우 장인.장모 등도 민법상 가족이 될 수 있게 됐다. 친양자 제도를 도입해 양자를 들일 경우 친자로 인정해 계부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데도 여야가 합의했다.

여야는 호주제 폐지 시기에 대해 격론을 벌였으나 여당이 연내 통과를 양보하고 야당은 내년 2월 민법 개정안 통과를 약속함으로써 극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에 대해 연내 폐지운동을 벌여온 여성계는 여야의 전격 합의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상희 대표는 "호주제를 폐지키로 여야가 완전 합의한 것은 진일보한 것에 틀림없지만 본회의 통과를 내년까지 미룬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여야 4당의 남성 의원 152명도 기자회견을 통해 호주제의 연내 폐지를 촉구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 민법 개정안 합의 사항

-호주제 폐지

-생계를 함께 하면 처의 부모도 민법상 가족

-부모 협의시 자녀가 어머니 성도 따를 수 있음

-동성동본 결혼 허용하되 8촌 이내는 금지

-양자를 친자로 인정해 계부의 성을 따름

[바로잡습니다] 12월 28일자 1면 '여야, 호주제 폐지 합의' 기사에서 국회 법사위 위원장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으로 잘못 보도됐습니다. 법사위 위원장은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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