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씨 임기말 인사 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임창열(昌·얼굴)경기지사가 퇴임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도청 공무원을 대거 승진·전보시키는 인사를 단행, 손학규(孫鶴圭)당선자 측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조용하게 지사직을 인수받기 위해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취임준비단을 운영하려던 孫당선자는 이 때문에 17일 밤 긴급 인수위를 구성했다.

이에 앞서 행정자치부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불출마·낙선 단체장은 잔여 임기 중 승진·전보 인사와 관련해 당선자와 마찰이 없도록 하라는 지침을 일선 자치단체에 통보한 바 있다.

◇인사=경기도는 17일 부이사관급 1명, 서기관급 3명을 전보하고 사무관 7명을 서기관으로, 주사 7명을 사무관으로 승진시키는 등 모두 21명의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3개월여 공석으로 있던 본청 여성정책국장 자리에 이미경(美慶·별정직·부이사관) 제2청 여성국장이 승진했다. 국장은 1998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를 지지한 공로로 발탁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또 이번 인사에서 제2청 여성국장 직무대리로 발탁된 정숙영(鄭淑永·행정직)여성정책과장의 경우 서기관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3급 상당 보직을 차지했다.

이번 인사 대상은 대부분 차기 도지사 취임 후 외부 발탁이 유력시되는 자리여서 지사가 사전에 자신의 측근을 배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선자 측 반발=한나라당 경기도지부 박종희(朴鍾熙·국회의원)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퇴임을 며칠 앞둔 지사가 단행한 인사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행정자치부의 지침을 어기고 인사를 단행한 것은 후임자에 대한 예의와 정도를 벗어난 행정"이라고 비난했다.

孫당선자 측 취임준비단 장준영 대변인도 "이번 인사는 원인무효이며 부도덕한 인사의 표본이므로 즉각 원상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孫당선자 측은 "지난 15일 지사가 孫당선자를 만나 '몇명에 대해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으나 孫당선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수위 구성=孫당선자 측은 당초 업무 인수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지 않고 최소 인력으로 취임준비단만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사 파문이 일자 孫당선자 측은 17일 김문수(金文洙·국회의원)위원장 등 11명 규모의 인수위원회를 구성, 19일부터 도청 실·국별로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한편 지사는 17일 인사를 단행한 직후 외자 유치를 이유로 미국 방문길에 나섰으며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다.

수원=정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