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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센터, 국가생존 차원서 추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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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원자력위원회가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새 제안을 내놓았다. 발전에 사용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처분장은 기존 저장능력을 확충하면 2016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우선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부터 건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2008년부터 포화시점이 도래하는데, 건설에는 약 3~4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지선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장은 좀 더 신중한 방책을 마련한다 해도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은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 이 시설은 안전성이 입증돼 31개 원전 국가 중 26개 나라가 운영하고 있는 만큼 대상 지역 주민은 물론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국가 생존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겠다.

굳이 생존의 차원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이 싫다면 대체에너지에 의존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제규모로 보아 석유 등 화석연료 이외의 대체연료는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화석연료도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은 세계 제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면서 에너지 수요의 97.3%를 수입해야 한다. 석유 값은 배럴당 50달러선에 육박하고 있고, 그나마도 인류는 약 40여년 동안 쓸 석유밖에 남아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현재 18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며 총 발전량의 40%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는 세계 제6위의 원자력 강국으로 전기는 펑펑 쓰면서 쓰레기 매립장을 찾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할 때 원자력 이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면 힘들었던 지난날을 접고 새로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만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먼저 에너지를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할 때다. 일본은 두번의 오일 쇼크를 겪으며 에너지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50여기의 원전을 운영하며 석유를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은 원자력을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여야 의원 103명이 올해 5월 '자원, 에너지 장기정책의원연구회'를 발족시켰다.

게다가 내년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 한국도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은 대부분 에너지연소에 의한 것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한다고 한다. 전력 생산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비교해 보면 화석연료가 원자력 발전의 40~100배나 된다.

다음은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 해당지역 주민에 대한 복지를 새로운 발상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기는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자원이므로 해당 지역은 전 국민의 관심과 지원을 등에 업고 지원해야 한다. 모두가 싫어하는 처분장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사려 깊은,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유치 지역을 그 어느 지역보다 교육.의료 등 사회 인프라가 잘 구비된, 그야말로 이주하고 싶을 정도로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단순한 보상 그리고 적당한 사회간접시설의 제공이라는 고전적 발상에 매이지 말고 온 국민이 혜택을 입는 전기 에너지인 만큼 국민의 중지를 모아 재원 마련을 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제 18년의 혼란을 넘어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마련하는 일에 온 국민이 협심하여 동참해야 할 때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