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대 ‘라이벌 열전’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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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대문 갑(이성헌·오른쪽)·을(정두언·왼쪽)의 재선의원, 공교롭게 한나라당에선 드문 호남 출신이란 공통 이력. 정 의원은 2007년 이명박 경선캠프의 기획본부장, 이 의원은 2004년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친이-친박계를 대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나라당 친이계와 친박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상대 계파 의원 중 누가 가장 껄끄러우냐”고 설문조사를 벌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계 정두언 후보와 친박계 이성헌 후보가 리스트의 맨 앞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계파 대결이 벌어질 때마다 두 사람이 최전방에서 핵심 공격수로 활약해 왔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출신의 엘리트 공무원이던 정 후보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적극 도왔다. 2007년 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땐 캠프의 기획본부장으로 경선 전략을 짰다. 당시 박근혜 캠프에선 “박 전 대표에 대한 네거티브의 배후엔 정두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세종시 논란 때도 정 후보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고 하는 등 거칠게 공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이 후보는 2004년 총선 때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선 ‘MB 검증 공세’를 주도하는 박근혜 캠프의 핵심으로 이성헌 후보를 지목했다. 이 후보는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자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 새댁과 2년을 산 뒤 이혼장을 내밀었다”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번 지방선거 때 친박계가 공천심사위원으로 이 후보를 추천하자 친이계가 “이성헌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해 공천심사위 구성이 파행을 빚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재선에다 한나라당에선 드물게 호남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지역구도 서울 서대문 갑(이성헌)-을(정두언)로 붙어 있어 지방선거 때 구청장 공천을 놓고 서로 힘을 겨루기도 했다. 7일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영포목우회를 거론하며 정 후보에게 “이명박 정부 창업 공신인 정 후보는 권력사유화 문제에 관계가 없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정 후보는 “2년 전 제가(인사 농단) 문제를 거론할 때 이 의원이 나를 도왔으면 문제가 이렇게 불거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에게 이번 전당대회는 중요하다. 지도부에 진입할 경우 각각 친이·친박계의 차세대 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정 후보는 같은 친이계의 안상수·홍준표 후보보다 조직력에서 열세라는 평을 받고 있고, 이 후보는 친박계의 표가 서병수·한선교·이혜훈 후보로 분산되는 걸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하 기자

한나라 전대 ‘라이벌 열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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