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미국 항모’에 예민한 중국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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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 언론과 고위 인사들이 서해안에서의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군함이 동중국해에서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7일 이 사진을 보도하며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망령된 획책’ ‘명백한 도전’ 등 한·중 국교 수립 이래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강경 발언들이다. 이 같은 격앙된 반응이 나온 건 미 항공모함까지 참가하는 훈련의 규모와 상징성이 중국 군부를 크게 자극한 탓이라고 홍콩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서해는 중국 연안으로 접근하는 전략적 요충 해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자연 이곳에 미 항공모함이 진입하면 베이징(北京)·톈진(天津) 등 수도권 도시와 랴오둥(遼東)반도 등이 미 항모의 작전 범위 안에 들어가는 셈이어서 중국으로서는 잠자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한 외교관은 “아직까지 중국이 감당하기엔 벅찬 미국의 최첨단 항모전단이 근해에 출몰하는 사태에 중국 군부도 크게 당황했을 것”이라며 “해상 사격훈련을 앞당겨 실시하고 미사일 훈련까지 공개하며 ‘중국이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맞대응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이 서해 군사훈련으로 망령되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7일자 환구시보의 보도는 한국을 직접 겨냥, 강도 높게 비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간에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 비판하거나 한국을 언급하더라도 비교적 완곡한 수준이었다. 그랬던 중국 관영언론이 한국 정부와 언론을 향해 직격탄을 날려 자신들의 불쾌감을 나타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베이징 외교가 일각에는 이들 발언 및 보도들이 한·미 연합훈련 비판을 통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초점 흐리기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 소식통은 “최근 중국 언론 보도에 천안함은 사라지고 미국 항모 조지 워싱턴호 얘기만 떠들썩하다”며 “베이징·톈진 등 중국의 핵심 도시가 조지 워싱턴호의 작전권에 들어갔다는 새로운 국면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피해자’라는 구도 속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중국 군부가 이번 상황을 군사력 증강을 합리화하기 위한 호재로 이용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항모의 서해 출현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의 항모 건조 명분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할 수 있을 거란 얘기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의 서해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현 시점에선 아무 것도 예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훈련에 반대하는 중국 측 입장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국방부에 문의하길 바란다”면서도 자신은 이같이 믿고 있다고 답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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