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심야회담 끝내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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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때 일정이 취소됐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4인 대표 회담이 27일 밤늦게까지 열렸으나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 4인이 국회에서 마라톤 회담을 벌인 27일 저녁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左)이 회담장에서 이부영 의장을 만난 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자릴를 옮기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당초 양당이 합의한 회담의 시한이었던 이날까지 4인은 의미 있는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당 의장은 회담을 끝낸 직후인 이날 자정쯤 기자들에게 "너무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양당은 이날 지루한 기 싸움을 계속하다 오후 5시30분에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회담을 아예 결렬시킬 경우 여론의 뭇매를 의식한 때문이었다. 회담엔 쟁점 법안의 실무 담당 의원들이 30여분씩 참여했다. 과거사법안과 관련해선 문병호(열린우리당).유기준(한나라당) 의원이,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선 우윤근(열린우리당).주호영(한나라당) 의원이 들어갔다.

과거사법안의 경우 조사 대상에 '북한 정권 및 좌익세력의 인권 유린 행위'를 명시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여당 측이'반국가단체 및 이적단체에 의한 인권 유린 행위'로 수정해 받아들였다고 한다. '민주화를 가장한 친북 이적 활동'도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파괴한 행위'정도로 고치기로 했다고 한다.

반면 보안법 문제의 경우 현행법 2조인 '정부 참칭'과 7조인 '찬양.고무'조항의 삭제 및 수정 여부를 놓고 입장이 여전히 달랐다고 한다. 우 의원은 "4인 대표들에게 보안법을 폐지한 뒤 충분히 형법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반면 주 의원은 "현행 보안법 체계가 복잡하고 미묘해 폐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보안법에 대한 입장 차이는 별로 좁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앞서 양당은 각각 지도부 회의를 열었다. 여기에선 상대 당에 대한 깊은 불신이 드러났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또다시 시간 끌기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한나라당이 진전된 입장을 보여야만 돌파구가 가능하다. 4인회담이 결렬되면 국회법에 따라 4대 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4대 법안의 여야 입장 차이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야당이 협상안도 없이 같은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산 책임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져야 한다는 얘기가 열린우리당에선 많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강경파에 끌려다니고 있어 협상하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 내부의 강경한 주장이 누그러뜨려지지 않아 여당의 혼선이 심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박 대표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지켜야 한다"며 보안법 폐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4인회담 결렬이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 연장안의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일단 "4인회담의 합의 정신에 입각해 예산안과 파병 연장 동의안은 30일 예정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이 보안법 폐지안 등의 국회 단독 처리를 시도할 경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하지만 김원기 국회의장이 4대 법안 처리를 위해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 사회를 보는 것은 부정적이어서 여당도 고민이 크다. 김 의장은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한해서만 단독 국회 사회를 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욱.이가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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