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넥타이시, 양말시, 속옷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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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양말 도시''속옷 도시''넥타이 도시''스웨터 도시'. 중국의 대표적인 섬유.의류 생산기지를 일컫는 말이다.

30년간 지속한 다자간 섬유협정(MFA)이 이달 31일 폐기됨에 따라 전세계 150여개 섬유 수출국이 시장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가별로 정해진 섬유 수출 쿼터(한도)가 폐지되면 값싼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들과 무한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와 품목별 전문화가 이뤄진 중국의 섬유 중심 도시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전면적 시장개방을 오히려 기다리는 입장이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MFA 폐지를 앞두고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중국 섬유도시의 현주소를 집중 소개했다.

중국 동부 저장성 항저우시 남쪽에 있는 주지시 일대는 중국의 대표적 섬유.의류 생산기지다. 이들 지역은 지금을 세계시장에서 '섬유 메카'로 도약할 기회로 보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생산 규모와 품목 전문화 면에서 이미 해외의 경쟁자보다 한 발짝 앞서가고 있다.

일례로 주지시 다탕진(大唐鎭)의 경우 연간 90억 켤레의 양말을 생산하고 있다. 전세계 60억 인구가 다탕진에서 생산된 양말을 최소한 한 켤레 이상 신고 있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다탕진은 '양말 도시'라는 별칭을 얻었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양말 축제에는 전세계에서 10만여명의 구매자가 몰려든다.

다탕진의 동남쪽에 있는 선저우는 '넥타이 도시'로 통한다. 다탕진의 서쪽에는 '스웨터 도시'가 있고, 남쪽에는 '속옷 도시'가 있다. 다탕진을 중심으로 한 4개 지역에서 생산된 섬유.의류 제품이 전세계 가정의 옷장을 채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구매자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는 가격이 미국의 10%도 안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 투자자와 경쟁사, 이탈리아 등 해외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이들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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