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인간 半 뱀파이어'소년의 유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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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서양 공포소설의 으뜸 소재는 뭐니뭐니해도 뱀파이어다. 여섯살 때부터 침실 벽에 커다란 드라큘라 포스터를 붙여놓고 뱀파이어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다는 아일랜드 작가 대런 섄(30·사진)은 열두 살난 소년 주인공에게 자신의 이름까지 붙여주며 한 편의 실감나는 뱀파이어 소설을 만들어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숨막힐 듯 빠른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일단 책을 손에 잡으면 곧 다음 편을 갈망하게 만든다"고 격찬했다는 『대런 섄』 시리즈다.

이 시리즈도 『해리 포터』만은 못하지만 팬터지 스릴러물로선 비교적 정교한 얼개를 갖추고 있다. 우연이 남발되고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3류 엽기 스릴러물과는 다르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유머와 교묘하게 얽히며, 반 인간 반 뱀파이어가 되는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와 행동이 잘 묘사되고 있다. 우정·가족애 등 교훈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 초등학교 고학년생 이상의 청소년들에겐 '환상적인' 읽을거리일 듯싶다. 『해리 포터』처럼 어른들이 읽기에도 그리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뱀파이어 소설의 원조인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같이 이 소설도 1인칭 화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화자의 공포를 독자에게 실감나게 전한다. 거미를 유달리 좋아하고 축구를 잘하는 소년 대런 섄은 어느 날 괴기물광인 단짝 친구 스티브와 함께 괴물 서커스쇼에 갈 기회를 얻게 된다. 상상 외의 기괴한 쇼를 보고 겁에 질린 대런은 그를 사로잡았던 무시무시한 독거미 '마담 옥타'의 조련사 크렙슬리가 실은 뱀파이어며, 스티브가 그에게 조수가 되고 싶다고 간청하다 퇴짜맞는 모습을 우연히 지켜보고 다시 한번 충격을 받는다.

일상으로 돌아온 듯했던 그는 마담 옥타를 애완용으로 갖고 싶은 마음을 누르지 못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독거미를 훔쳐온다. 하지만 그것이 그런 끔찍한 운명의 장난이 될 줄이야. 독거미에 물린 스티브를 살리기 위해 크렙슬리를 찾아간 그는 결국 그 자신이 크렙슬리의 조수가 돼 유랑의 길을 떠나게 되는데….

이 책은 이미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출간됐으며 일본에서만 1백5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워너 브러더스사에선 이미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 첫 책으로 이렇게 성공을 거두면서 '아일랜드의 조앤 롤링'이란 별명이 붙은 작가는 시리즈 전반부 10권을 다 써놓은 상태. 6개월에 1권씩 총 24권을 내겠다는 계획으로, 우리나라에선 1권 '괴물 서커스단'과 2권 '뱀파이어의 조수'까지 나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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