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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압박축구' 세계5위 울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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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6월에는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은 기어코 약속을 지켰다. 한국은 정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우승후보로 꼽히던 포르투갈은 프랑스·아르헨티나에 이어 1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렸다.

당초 불리하리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국은 스코어뿐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D조 최강이라던 포르투갈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이날 선발 출장한 선수들은 안정환(페루자)과 설기현(안더레흐트)을 빼고는 모두 축구 변방인 한국과 일본에서 뛰는 국제 축구계의 '2류 선수'들이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지도 아래 1년반 동안 호흡을 맞춰온 탄탄한 조직력 앞에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루이스 피구, 이탈리아 인터 밀란과 라치오에서 뛰는 세르지우 콘세이상과 페르난두 코투 등 일류 선수들은 자꾸 헛발질을 해댔다.

한국의 이날 승리는 철저한 압박작전이 먹힌 결과였다. 포르투갈의 가공할 공격력에 맞서 한국은 최후방에 네명의 수비수를 세우는 포백 시스템을 들고 나갔다. 기존 포백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붙박이 수비수 김태영이 포르투갈의 위협적인 스트라이커 파울레타를 막기 위해 전진 배치됐다는 점이다.

김태영은 때로는 파울레타를, 때로는 후방의 핀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발을 묶었다. 좌·우 윙백으로 포진한 이영표와 송종국은 좌·우를 바꿔가며 피구와 콘세이상을 꽁꽁 묶었다.

한국 진영 왼쪽을 뚫던 콘세이상이 위치를 바꿔 문전 중앙으로 옮겨가면 송종국은 따라서 중앙까지 나갔다가 콘세이상이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이영표에게 바통을 넘겼다.

경기의 무게는 전반 26분 핀투가 박지성을 거친 태클로 넘어뜨려 퇴장당한 데 이어 후반 20분 벤투마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한국 쪽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히딩크 감독은 김태영을 최후방으로 내려 3-4-3 포메이션으로 전형을 바꿔 수비에 안정감을 더했다.

후반 25분 박지성의 결승골은 한국의 우세승을 한판승으로 바꾼 요식 절차에 불과했다. 이영표가 포르투갈 진영 왼쪽에서 크로스한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박지성은 오른발로 툭 차 콘세이상을 완벽하게 따돌린 후 강력한 논스톱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인천=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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