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참패 이후 민주당의 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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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13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민주당은 거의 전지역의 단체장·의원 선거에서 무너졌다. 근거지라 할 호남에서마저 무소속 후보가 대거 당선하는 등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출신지역에서도 외면은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선거보다 혁명이란 표현이 적확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무엇이 민주당을 이토록 지리멸렬하게 만들었나. 그것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국민적 분노이고 응징이다. 대통령 아들들과 국가 핵심기관 간부들이 이권에 끼어들어 뒷돈을 받고 국정을 농단한 데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국민적 저항에 부닥친 다른 이유는 '끼리끼리' 패거리 인사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지역감정을 심화시킨 것이다.

민주당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는 자신과 직접 관련없는 것이라고 항변해 왔다.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고, 탈당했으니 무관하다는 식인데 바로 이런 얄팍함이 민주당을 궤멸상태에 이르게 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0·15 재·보선에서 완패하자 조기 국민경선을 통한 대통령후보 선출로 국면을 일거에 반전시켰다. 그러나 일시적인 전술상 성공에 취해 국민을 또 기만했다. DJ의 오만과 독선이 국정혼란의 큰 요인이라지만, 민주당은 현 정권과 한 뿌리이자 여당이었음에도 만연한 비리·탈법을 청와대와 정부에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혐의가 분명한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를 감싸고, 이를 파헤치는 검찰을 비난하는 자가당착을 범했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젊은층 등의 낮은 투표율이 패인이라는 변명을 둘러대는 모양이다. 이래선 안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시 지역당으로 전락한 당을 일으켜 전국화하기 위해선 전비(前非)를 반성하고 정강정책을 가다듬는 등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진지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盧후보의 재신임 문제도 국민 눈가림식이어서는 안된다. 잔수로 국면을 호도할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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