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축구 … 팀워크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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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국팀이 미국팀을 압도한 것은 팀워크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기업 경영도 이처럼 팀워크를 중시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2002 월드컵 조명기구·소형가전 후원업체인 네덜란드 필립스의 제라르드 클라이스터리(56·사진)회장은 10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월드컵 경기를 관람한 뒤 이렇게 말했다.

월드컵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한국 선수들의 팀워크와 응원단의 열성적인 응원이 감동적이었다"며 "히딩크 감독이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한국인들의 열정을 팀워크로 승화시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필립스는 네덜란드의 명문 축구팀인 PSV아인트호벤을 창단해 1980년대 중반까지 소유했으며, 독립시킨 이후에도 계속 후원하고 있다. 히딩크는 86년 아인트호벤 감독에 취임, 세시즌 연속 네덜란드 리그를 제패했다.

이번 방한 기간에 LG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한 그는 "현재 LG와 합작한 액정화면(LCD)과 브라운관 생산법인의 실적이 좋아 합작법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9년 필립스와 LG가 50대 50으로 투자해 설립한 LG필립스LCD는 지난해 17.1%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2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1위를 넘보고 있다.

클라이스터리 회장은 LG필립스의 이같은 성공 요인에 대해 "팀워크 경영의 결과"라고 말한다. "문화가 다른 두 회사가 결혼했지만 매주 주주모임을 열고 토론을 거쳐 합의하면서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클라이스터리 회장의 경영철학은 '필립스웨이'로 불리는 ▶고객만족(Delight customer)▶약속이행(Deliver commitment)▶인재개발(Development people)▶팀워크(Depend each other) 등 4D에 잘 드러나 있다.1891년 설립된 필립스는 이 전통 아래서 트랜지스터라디오·CD플레이어 등을 처음으로 개발, 현재 60여개국에 18만여명의 종업원을 둔 세계적인 전자그룹으로 도약했다.

"그동안 필립스의 신제품은 유럽 등에서 먼저 시판된 뒤 한국에 소개돼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곧 미국과 동시에 시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그는 특히 "DVD플레이어·스테레오세트·TV 등 가전제품을 무선으로 연결,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홈네트워크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라이스터리 회장은 74년 필립스에 입사, 유럽담당 총괄매니저·중국총괄사장 등을 역임한 정통 필립스맨으로 지난해 7월 회장에 취임했다.

스포츠카 경주인 포뮬라1과 축구를 즐기는 그는 "필립스는 미국 축구대표팀을 후원하지만 이번 한-미전에서는 한국을 응원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김종윤·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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