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전문기자.경실련광역단체장공약검증>16·끝 서울시장:'추모공원' 대안엔 어물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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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추모공원=해당 지역 표를 의식해 후보 누구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도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규모 축소 등 일부 조정은 필요하다"며 눈치를 보고 있다. 원주민 보상이나 교통대책 등에 대한 구체적 의견도 없다.

추모공원 문제의 핵심은 규모·보상·교통대책 등 세가지다. 후보들이 원론적 입장만 밝히며 비켜갈 게 아니라 화장로 몇기가 필요하고, 어느 지역이 최적지며, 주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등을 시민에게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청계천 복원=이명박 후보는 청계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해 친환경적 도시 경관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내용이다. 그러나 흘러드는 오폐수 처리 방안과 건천(乾川)인 청계천에 맑은 물을 확보하는 방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비용을 3천6백억원 정도로 잡고 있으나 1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보수하는 동안 청계천 주변 상인들의 반발과 도심 전체에 야기할 교통 체증도 문제다.

후보 복안대로 청계천 주변을 재개발해 제2의 테헤란로를 만들면 서울 도심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다. 그러나 고층 과밀 개발은 친환경적인 복원이 아니라 오히려 반환경적 개발이 될 수도 있다.

◇육아 복지 확대=김민석 후보는 20~30대 젊은 부부 유권자를 겨냥, 공공 보육시설을 구별로 20곳씩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보육시설은 부지만 있으면 정부가 국비(40%)·지방비(60%)로 한곳당 1억9천만원의 신축 비용을 대준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 민간 보육시설에도 전담교사 인건비를 전액 지원할 계획이다. 결국 부지 확보가 관건인 셈이다.

이명박 후보도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의 전담교사 인건비를 지원하고 보육시설 설치 기준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숫자에 집착해 보육시설을 갑자기 많이 늘릴 경우 수준 미달 시설이 등장할 수 있다. 서울에는 현재 4천곳이 넘는 보육시설이 있지만 이들을 지도·감독하는 행정력은 턱없이 미흡해 이같은 우려를 높이고 있다.

◇다양한 공약=이문옥 후보는 공무원 노조 활동과 노동3권 보장을 약속했으나 이는 국회의 입법 절차가 필요해 시장만의 노력으로 관철될 사안이 아니다. 원용수 후보는 비싼 땅에 세금을 많이 매기고 임대료 세금을 현실화하는 지대조세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토지세제가 지방세이긴 하나 세금의 부과나 세제 변화는 국회 입법과 중앙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있어야 한다.

이경희 후보는 용산 미군기지를 되찾아 시민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없다.

임삼진 후보의 '서울을 자동차 위주에서 사람 위주의 녹색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시민의 환영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어디를 어떻게 '녹색'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구상이 분명치 않다.

후보들은 1천만 서울 시민의 'CEO 시장'이나 미래를 중시하는 '뉴 리더 시장'이 되겠다면서도 세계화 시대에 서울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이나 동북아 중심 국가의 수도로서 위상을 높이는 전략은 내놓지 못했다. 청계천 복원,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등 지엽적인 공약으로 갑론을박하고 있을 뿐이다.

<공약 검증단>

▶중앙일보=음성직(교통)·김정수(경제)·신혜경(도시)·박태균(복지)·강찬수(환경)전문기자, 백성호 기자(전국부)

▶경실련=김익식 지방자치위원장, 권용우 도시개혁센터 대표(성신여대 대학원장), 김세용 정책위원(대진대 도시공학과), 유상오 정책위원(도시·환경계획학 박사), 서종국 정책위원(인천전문대 행정학과), 박완기 지방자치국장, 고계현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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