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총리, 화합형 실장 … 가닥잡힌 MB ‘투톱’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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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와 내각 개편이 임박한 가운데 청와대는 6일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에게 일부 분산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굵직한 어젠다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되, 일상적인 현안은 총리와 일선 부처에 대폭 맡기는 국정 운영 방식을 이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정운찬 총리 후임 총리의 정무적 활동 폭을 넓히고 부처 간 조율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 집권 후반기에 선보였던 ‘책임총리제’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그건 너무 앞서 가는 얘기”라며 “인사권과 권력을 분점한다는 의미가 강한 ‘책임총리제’보다는 업무를 분담하는 ‘협치(協治)’의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차기 총리 인선에도 이 대통령의 이런 구상을 투영하려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 부담을 나눠 들고 당·정·청을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는 후임 총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후임 총리를 통해 세대 교체와 변화의 메시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정무적 감각을 갖춘 총리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인물을 찾는 게 쉽지 않아 고민이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젊고 참신하면서도 정무적 소통 능력과 정책적 조율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하고, 인사청문회의 검증벽을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다. 당초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안철수 KAIST 교수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총리급’으론 다소 격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또 총리 인선은 여권 내 투톱으로 불리는 대통령실장 인선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대통령실장은 총리와 비교해 좀 더 노련한 화합형 인사를 기용할 것이라는 게 여권 핵심 인사들의 관측이었지만 인물난은 실장 인선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임 장관과 같은 ‘젊은 피’를 대통령실장으로 중용하고, 총리를 화합형으로 데려오는 게 쉽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3선 의원인 임 장관의 경우 대국회 관계에 밝은 정치인 출신이란 점 외에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해 온 경험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에는 전직 의원 몇 명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이름이 거론된다. 홍보수석엔 김두우 메시지기획관의 승진 기용설과 박형준 정무수석과 신 차관의 이동설이 있다. 청와대가 이르면 7일 발표할 조직 개편엔 ▶국정기획수석실의 축소 또는 폐지 ▶메시지기획관실의 홍보수석실로의 통합 ▶정무수석실 산하 시민사회비서관실의 확대 ▶단수 대변인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조직 개편과 함께 대통령실장을 동시에 발표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대통령의 최종 낙점이 늦어질 경우 실장 발표는 하루 이틀 늦춰질 수도 있다고 한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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