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경남 : 정부 불만에 盧風 잠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5일 낮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내 식당에서 60대 남자 세 명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향 사람이 꼭 대통령이 돼야 된데이. 그런데 요즘 분위기를 보니 걱정이다 아이가"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자리에 있던 진영 읍사무소의 한 공무원은 "지역 유지들은 盧후보가 대통령 되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시장선거 이야기는 거의 안하는 것 같심더"라며 "이번 지방선거는 노풍(盧風)과 확실히 동떨어져 있습니더"라고 말했다.

창원시내에서 만난 택시기사 金모(48)씨는 "한나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미워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찍겠다는 승객이 많다"고 전했다.

◇노풍 영향 없는 지방선거=경남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출신지다. 노풍이 불기 시작하면 PK(부산·경남) 민심을 잡는 데 그치지 않고 대구·경북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풍의 발원지 같은 곳이다.

盧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는 시기를 전후해 경남에서도 노풍의 위력은 실감할 수 있었다. 이 무렵 한나라당 김해시장 후보로 공천 신청했던 최철국(崔喆國·51) 전 경남도 문화관광국장은 공천을 받지 못하자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자치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김두관(金斗官·43) 전 남해군수가 무소속을 고집하다 민주당에 입당해 경남지사 후보로 나선 것도 노무현 바람을 타기 위해서였다. 金후보는 지역패권주의에 바탕을 둔 기존 정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민주당 입당 직전까지 굽히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여전히 盧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진영읍과 인근 한림면 등을 벗어나면 김해에서도 盧후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민주당 이야기는 더욱 듣기 어렵다.

창원에서 서점을 경영하는 姜모(43)씨는 "金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문제가 터지면서 盧후보 인기가 식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현 정권에 대한 피해의식이 팽배해있다.

경남도청 한 간부 공무원은 "DJ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불공정한 공직자 인사였다. 예산도 적게 배정돼 지역 발전이 어려웠다"고 불평했다.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석영철(石永喆·38)사무처장은 "고용안정,국가기간산업 민영화, 구속자 석방 등의 문제에 대해 현 정부는 과거 정권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느긋한 한나라당=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20곳 가운데 14곳을 석권했던 한나라당은 한숨 돌렸다는 표정이다.

한나라당 경남도지부는 도내 20개 기초단체장 중 서너곳을 빼고는 우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각종 실정과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때문에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표가 한나라당으로 몰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3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경남지사 김혁규 후보는 '그래 역시 김혁규'라는 타이틀로 유권자를 공략하고 있다. 선거 흥보물과 유세차량에도 한나라당 글자가 큼지막하다.

반면 민주당은 사실상 전의(戰意)를 상실한 인상이다. 기초단체장 후보도 김해·합천·산청 등 3곳에서만 출마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9명이었다. 광역의원 후보도 45개 선거구 중 5곳만 출마했다.

정당을 드러내는 것조차 꺼려 민주당 후보들의 일간지 광고나 선거공보에는 민주당명이 눈에 띄지 않게 작게 표시되어 있고 유세차량에도 정당명을 잘 쓰지 않는다.

민주당 경남도의원 후보인 K씨는 "정당보다 공약과 개인 경력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창원=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