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미 입양 한국인 김수철씨 세계 정상급 스키선수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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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철씨의 멋진 스키 자세.

'도슨은 자신의 중간 이름 'S.C.'가 '너무 멋진(So Cool)'이라는 뜻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지만 실제론 부산의 보육원에서 6개월 간 지낼 때 얻은 이름이다. 세살 때 미국에 입양된 그는 22년 뒤인 26세에 프리스타일 스키 모글의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자라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가정에 입양돼 프리스타일 스키 모글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된 김수철(26.미국명 토비 수철 도슨)씨의 얘기를 24일자 스포츠 2개면에 걸쳐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세살 때 경찰서 앞에 버려졌던 김씨는 보육원을 거쳐 미국의 스키 강사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는 연약하고 겁많은 아이였지만 양아버지(마이크 도슨)가 그를 가슴에 묶고 슬로프에 나갔을 때 고개를 빼들고 바람을 맞으며 즐거워하는 등 스키에 소질을 보였다.

그러자 양어머니(데보라 도슨)는 스키 강사 일을 그만두고 그를 돌보는 데 전념했다. 김씨는 네 살 무렵 양어머니가 끌어주는 아기용 스키를 타기 시작했고, 일주일에 4~5일 하루 종일 스키를 타기도 했다. 여섯살 때 알파인 경주에 처음 나갔고, 아홉살 때는 6m 높이의 벼랑에서 점프할 정도로 출중한 스키 실력을 보유하게 됐다.

김씨는 18세에 미국 대표팀 후보가 됐으며, 1999년 처음으로 월드컵 대회에 나갔다. 지난해엔 미국 모글 챔피언 제레미 블룸을 제쳤고, 지난해 시즌 월드컵에서 핀란드의 위대한 모글 스키어 얀 라텔라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하는 등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재작년엔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 2개를 땄다. 그는 "스키선수로서 나는 매우 행운아였으며, 앞으로도 그 행운을 계속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겨울 올림픽 국가대표팀에서 아슬아슬하게 탈락한 그는 현재 2006년 겨울 올림픽을 준비하며 실력을 닦고 있다.

그는 입양아로서 정체성 혼란과 좌절감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양부모의 도움으로 이를 훌륭히 극복했다. 양부모는 김씨에게 "뿌리를 잊지 말라. 너의 뿌리는 미국과 한국, 두 곳에 있다"며 출신 배경을 솔직하게 얘기해주고 두 나라 문화를 다 체험토록 해줬다.

이 영향으로 김씨는 지난 수년간 한국을 여러차례 방문했다. 지난 2월엔 경기도 이천 지산리조트에서 열린 2004 프리스타일 스키 모글 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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