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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동 성폭력 예방 ‘업무 0순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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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모든 지휘관이 아동 성폭력 예방을 최우선 업무로 추진하라. 법과 제도가 없다는 말은 부차적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은 경찰이 모든 범죄를 막아주길 기대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여러 진정조사에 대해 경찰은 수동적으로 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라. 인권위 권고 사안에 대해서도 적극 수용해라.”

5일 강희락(사진) 경찰청장이 전국지휘부회의에서 한 말이다. 본청 차장과 국·과, 16개 지방청장, 4개 부속기관장 등 경찰 지휘부 36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동안 이어졌다. 보통 지휘관회의가 2시간 미만이었던 걸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회의였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위기 의식이 반영된 회의”라고 말했다.

강 청장은 회의에서 ▶아동 성범죄 예방 ▶피의자 인권 강화 ▶합리적 실적 평가 ▶소통 강화 등 네 가지 사안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김길태·김수철 사건 등 아동 성폭력, 양천경찰서 가혹 행위 사건, 채수창 전 강북서장의 ‘하극상 파동’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과 의견이 쏟아졌다.

경찰은 이날 ‘아동 성범죄와 전쟁’을 선포했다. 성범죄 지도를 만들어 예방에 힘쓰고, 성폭력 전담수사대를 발족해 검거율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의 ‘범죄 지리정보 시스템’에는 성범죄가 따로 분류돼 있지 않다. 경찰은 성범죄만을 따로 떼어내 지구대·파출소 단위로 세분화된 ‘성범죄 지도 시스템’을 개발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는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법원에서 ‘열람 결정’이 난 400명뿐이어서 주민이 이 정보를 모두 접할 순 없다”며 “성범죄 지도를 활용해 순찰과 검거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우려가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성범죄 예보제’를 실시한다. 경찰은 반상회나 주민 자치회에 범죄 우려가 높은 구역이나 기간을 사전에 알려줄 방침이다.

피의자 인권 보호와 관련, 전남지방경찰청의 ‘조사실과 사무실 분리안’이 심도 깊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공간과 사무 공간이 분리돼 있으면, 개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전남청의 보고가 큰 호응을 받았다”며 “피의자에 대한 가혹 행위 등을 막기 위해 선진국들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를 장기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마약이나 절도 범죄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을 의무적으로 영상녹화하기로 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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