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말말말] 문화·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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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욘사마'배용준씨는 국내 문화계를 뛰어넘은 국제적 화두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욘사마를 본받아 준사마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웃 나라들은 '한류'에 열광했다.

방송계에서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전국을 강타했다. 연인들은 드라마의 이동건씨처럼 "이 안에 너 있다"며 사랑을 고백했고, 남녀노소가 박신양씨의 대사 "애기야, 가자"를 외쳤다. 주요 국제 영화제에서 큰 성과를 거둔 영화계에는 어느 때보다 말이 풍성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동물농장을 만들고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영화 '실미도'의 성공으로 "관객 1000만 시대"라는 말이 생겨났고, 뒤를 이은 흥행작 '태극기 휘날리며'를 패러디한 '왕대박 휘날리며''빅세일 휘날리며'등의 광고 문구가 거리에 걸리기도 했다.

스포츠계의 화두는 올림픽이었다. 대회는 마지막 날 한 브라질 청년의 수난으로 막을 내렸다. 마라톤에서 반데를레이 리마 선수는 1위로 달리다 코스에 난입한 종말론 광신도에 떠밀려 3위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신이 나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며 '운명'을 받아들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 무대를 장악한 한국 선수들은 재치도 남달랐다. 한.일 여자대항전에서 승리한 뒤 일본 언론이 한국 여자골프가 강한 이유를 묻자 박지은 선수는 "기무치 파와(김치 파워)"라고 대답했다. 축구와 야구는 고난의 한 해였다. 성적부진으로 해임된 축구대표팀의 움베르투 코엘류 전 감독은 "14개월 동안 72시간 훈련했다"며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시절과 전혀 다른 지원에 불만을 털어놨다.

이상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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