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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력 약해 무너진 중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중국응원단은 화약을 잔뜩 재어 넣은 폭죽과 같았다. 관중석의 태반을 점거한 채 폭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붉은 상의를 입고 있었지만 정작 그라운드를 누비는 중국 선수들은 흰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손발이 안맞은 것일까.시간 갈수록 열기는 식어만 갔다.

4일 경기를 가진 한·중·일 동북아시아 세팀 가운데 가장 먼저 그라운드를 밟은 중국은 코스타리카와의 C조리그 첫경기에서 후반 16분 코스타리카의 로날드 고메스, 20분 마우리시오 라이트에게 연속골을 빼앗겨 0-2로 무릎을 꿇었다.

코스타리카는 터키에 2-1로 역전승한 브라질과 나란히 승점 3을 기록했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조 선두로 나섰다.

초반 중국은 기세가 좋았다. 그러나 이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19분 코스타리카의 마우리치오 솔리스가 중국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을 돌파, GK 장진과 마주서는 기회를 만들었다. 솔리스의 슛은 장진의 선방에 막혔지만 중국의 공세는 이때부터 꺾였다.

중국은 양천의 눈부신 돌파력을 이용하지 못했다. 하오하이동은 불필요한 파울로 공격의 흐름을 스스로 끊었다.

처음으로 밟아보는 월드컵 무대에서 긴장한 나머지 중국선수들의 몸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득점 기회에서도 슛타이밍을 놓쳤다.

코스타리카가 16강에 진출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감독은 이날 중국 사령탑을 맡은 보라 밀루티노비치였다. 당시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골키퍼 가벨로 고네호 외에는 "믿을 선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당시 선수로 뛰었던 알렉산드레 기마라에스 현 감독에게는 방패와 창이 다 있었다.

파울로 완초페는 멋진 드리블과 강한 골 키핑력으로 중국 문전을 위협했다. 고메스의 오른쪽 돌파는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했다.

몸상태와 기술에서 분명한 차이가 났다. 똑같은 조건에서 몸을 부딪쳐도 중국 선수가 더 큰 충격을 받았다.중국의 집요한 미드필드 프레스는 2~3명을 가볍게 제친 후 반대편으로 크게 전환하는 코스타리카 선수들의 테크닉에 종종 무용지물이 됐다.

후반 16분,완초페의 슛이 중국 수비수 발을 맞고 나오자 고메스가 강하게 차넣었다. 밀루티노비치감독이 땅을 친 지 4분 만에 또 한번 중국 골네트가 흔들렸다.코너킥에서 이어진 고메스의 왼쪽 센터링을 라이트가 헤딩슛,추가골을 뽑아냈다.

광주=허진석·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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