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최면수사로 성폭행범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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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구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피해 여학생 오빠의 친구로 부근에 사는 중학생이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초등생 A양(12·6년)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김모(15·중3)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김군은 1일 오후 4시쯤 피해 어린이가 사는 달서구 성당동 단독주택의 열린 현관문을 통해 침입한 뒤 혼자 음악을 듣고 있던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군은 경찰에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여동생이 혼자 있어 우발적으로 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군을 검거하는 데는 최면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은 A양이 사건 직후 진술한 대로 흰색 티셔츠와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은 20세 전후의 남자를 추적했다. 주변에 사는 성범죄 전과자가 우선 대상에 포함됐다. 중 3인 A양의 오빠 친구 4∼5명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같은 집에 세 들어 사는 이모(44)씨가 “사건 당일 자전거를 끌고 대문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전에도 가끔 A양 오빠 친구들이 자전거를 끌고 왔다”고 진술해서다.

피해 어린이는 당시 충격으로 범인의 인상 착의를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었다고 했다가 나중에 흰색으로 번복했다. 나이도 10대 중반에서 20대까지로 조사 때마다 진술이 엇갈렸다. 범인의 정확한 얼굴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최면수사를 통해 범인 얼굴의 특징을 파악하기로 했다. 몽타주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3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대구경찰청 최면실에서 최면수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A양은 5년 전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그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1∼2년 전 집 주변 PC방에 오빠를 찾으러 갔을 때 그가 함께 있었던 사실도 기억해 냈다. 눈에 쌍꺼풀이 있고 입이 약간 나왔다는 설명도 했다.

수사팀은 A양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닌 오빠 친구로 범위를 좁혔다. 그리고 졸업 앨범을 구해 확인토록 했다. 앨범 속 인물들을 유심히 살피던 A양은 김군을 지목했다. 이후 2시간여 만에 검거된 김군은 범행을 순순히 자백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최면수사=범죄 피해자나 범인 목격자에게 최면을 걸어 기억을 되살아나게 함으로써 수사의 단서를 확보하는 과학수사 기법의 하나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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