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외치지만 … 한나라 ‘오더 투표’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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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한나라당 전당대회(전대)에서 선출될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등록일인 4일 당사 기자실에선 하루 종일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은 15~30분 단위로 마이크를 잡으며 출마의 변을 알렸다. 친이계 안상수·홍준표·정두언·나경원·정미경 의원과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친박계 서병수·이성헌·한선교·이혜훈 의원, 중립 성향의 남경필·김성식·조전혁 의원 등 모두 13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전대에 출마한 후보들은 모두 “당이 지방선거 참패를 거울삼아 철저한 쇄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쇄신과는 거리가 먼 계파 갈등, 대의원 줄 세우기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초선의 강용석 의원 등이 4일 성명서를 들고 김무성 원내대표를 찾았다. 성명서엔 김형오 전 국회의장, 원희룡 의원 등 63명이 서명했다.

강 의원은 “전대가 새 모습을 보여주려면 엄격한 선거관리를 해야 한다”며 “구태를 일신하기 위해 자리 보장, 식사 제공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후보 간 상호 토론으로 당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제는 권력자의 뜻을 반영한 ‘오더(order·지시)’ 투표”라며 “당헌·당규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캠프별로 경고가 세 번 누적되면 후보 자격 박탈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 이범관 클린경선관리단장은 “중앙감시단은 각 후보자 추천을 받아 상호 감시하도록 했고, 시·도감시단도 꾸려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돈 선거를 비롯해 어떤 위반행위도 당규에 따라 엄중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개혁 성향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는 변화를 추구하는 개혁 세력과 줄 세우기로 당권을 잡으려는 구세력 간의 한판 승부”라며 “겉으론 구세력이 강해 보이지만 바닥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전대와 관련해 ‘이심(李心·이명박 대통령의 뜻)’은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대통령도 공·사석에서 수차례 ‘청와대는 전대에 관여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나경원 출마 선언=나경원(재선·서울 중)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당의 모습을 보며 많은 고민을 하다 출마를 결심했다”며 “젊고 매력 있는 한나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2위를 했던 나 의원은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남경필 의원은 “나 의원의 출마는 ‘청와대의 오더’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게 정설 아니냐”고 말했다. 이혜훈 의원은 “친박계인 나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친이계가 특정 인사를 종용해서 내보냈다는데 이는 화합을 정면으로 깨는 것”이라고 했다.

이가영·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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