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통산 최다골 야심 역시'득점 기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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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너무나 섹시하다. 카메라맨으로 변장해서라도 골포스트 뒤에서 그가 슈팅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한 말이다.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세리에A) AS 로마 소속인 바티스투타(33)는 모든 이탈리아 여성들이 연모해 마지않는 수퍼 스타다. 그는 세리에A에서 2백50개가 넘는 골을 네트에 꽂았다.'바티 골(Bati Goal)'이라는 별명처럼 문전에서 골 냄새를 맡고, 찬스를 어김없이 골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따라올 선수가 없다.

1991년 브라질과의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에서 국제무대에 데뷔한 바티스투타는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네골을 터뜨리면서 '제2의 마라도나'로 각광받았고,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다섯골을 넣으며 '득점기계'라는 명성을 한층 더 높였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해트트릭(한경기에서 세 골)을 기록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기록 연장을 노리고 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10골째를 채운 그는 독일의 게르트 뮐러가 갖고 있는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골(14골)에 네개 차로 다가섰다. 아울러 A매치 통산 골도 56개로 늘렸다. 마라도나보다 많은 아르헨티나 최고 기록이다.

그런 바티스투타도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마음고생이 심했다. 에르난 크레스포(27·라치오)와의 주전 스트라이커 경쟁에서 한발짝 처진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연습경기에서 후반에만 네 골을 몰아치며 강력하게 '시위'를 했지만 비엘사 감독의 마음은 그때까지도 크레스포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엘사 감독의 마음이 바뀌었다. 개막전에서 지단이 빠진 프랑스가 지는 것을 보고 '아무래도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가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날 바티스투타의 결승골은 아르헨티나 팬들과 감독에 대한 '보은의 선물'이었다.

바티스투타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은 나이인 열일곱살에 축구공을 차기 시작했다. 그는 남미에선 드문 야구선수였기 때문이다. 1m85㎝의 장신이지만 남미선수 특유의 유연함도 겸비하고 있어 발과 머리로 모두 득점이 가능하다. 월드컵에 세번째 출전할 정도로 노련함도 갖추고 있다.

가시마=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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