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열풍 몰아치듯 불어라! 독서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TV로 월드컵 개막식을 보면서도 연신 인터넷 서점들을 기웃거린다. 월드컵 대회 동안이라고 좋은 책 찾는 눈길을 멈출 수는 없다. 특히 지난 스승의 날, 선생님들께서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모아 주시며 학교도서관에 기증도서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신 이후에는 마음이 더욱 바빠진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의 도타우신 뜻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까?

우선 신문 북섹션의 베스트 셀러 목록을 들여다 본다. 요즘은 좋지 않은 책을 골라내야 할 정도로 쓸 만해졌다. 학생들의 관심도 한껏 높아져 있으니 그 중에서 몇 권 사두자.

여기에 축구 열풍을 감안해 관련 서적들을 좀 넣자. 『펠레-나의 인생과 아름다운 게임』(펠레, 미다스북스)은 가난한 흑인 소년 펠레가 어떻게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자신의 삶을 완성해 내는가가 잘 그려져 있다. 동시대의 호흡을 느끼게 하려면 홍명보 선수의 자서전인 『영원한 리베로』(은행나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을 권해주려면 『축구, 그 빛과 그림자』(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예림기획)가 안성맞춤이다.

유럽의 축구 강호들이 몰려온다는 점을 감안해서 『유럽인물열전』(김현종, 마음산책)을 권해주는 건 어떨까. 인물 중심으로 살펴 보는 유럽 기행문이 두 권에 담겨 오늘의 유럽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나를 가르쳐준다.

그렇다고 유럽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은 절대 금물. 보스니아 전쟁 체험기인 『네 이웃을 사랑하라』(피터 마쓰, 미래의창)는 20세기 유럽에서 자행된 야만의 기록들을 적나라하게 밝혀낸다.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이끌어내는 책이지만 적어도 고 2 정도 수준에서 읽히는 게 좋겠다. (너무나 참혹해 자칫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 올 수 있겠단다. 숭문고 3학년생들의 이구동성!)

어떻게 하면 평화스러운 삶과 세상을 마련할 수 있을까.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 적어도 자신의 무게 중심을 낮춰 욕망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겠지. 그렇다면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최용건, 푸른숲)을 보자. 아름다운 수묵화 속에 강원도 진동 계곡에 파묻혀 삶과 그림을 일치시켜 가는 화가의 모습이 다가온다. 내친 김에 동양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봐? 『동양화란 어떤 그림인가』(조용진·배재영, 열화당)를 읽으며 동양화의 깊고 내밀한 여백을 느낄 수 있다면 삶은 한결 풍요롭고 여유로워질 터. 그래도 영상 세대인 1318들을 위해 『영상과 시나리오』(전윤경, 건국대 출판부)를 따로 빼든다. 애니메이션에 대해 실제 캐릭터를 중심으로 흥미있게 소개해 준다.

이밖에도 사고 싶은 책들은 넘치고 넘쳐 구입한도를 후딱 초과해 버린다. 좀처럼 구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허선생, 왜 책을 안사고 미적거려? 선생님들의 눈길이 곱지않게 될 때에나 내 고민은 끝나지 않을까 싶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