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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시가총액 이틀 새 5조원 증발 … 시장의 경고는 무섭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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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26면

단 이틀 새 5조원이 허공에 날아갔다.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시가총액이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최근 이틀 연속 크게 내렸다. 3개사가 발행한 주식 수(우선주 포함)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은 2일 63조774억원을 기록했다. 6월 말(68조1699억원)에 비하면 5조925억원이나 쪼그라든 금액이다.

주정완의 시장 읽기

최근 증시가 전반적으로 불안하긴 했다. 2일 코스피 지수는 1671.82로 마감해 6월 말보다 1.6% 내렸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주가는 8.3%, 기아차는 5.3%, 현대모비스는 7.2% 하락했다. 현대차 계열 3사의 주가 하락세가 시장 전체의 하락세보다 더 크고 깊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악재는 현대건설 인수설이었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주식을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가 주도해 범현대가가 사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외환은행은 7월 중순까지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주간사를 선정하고, 국내외에 관심 있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매각대금은 3조~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시인도 부인도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만으로도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어붙었다.

현대차에 대한 시장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현대건설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자동차와 건설은 시너지(상승) 효과가 의심스럽고, 자칫 무리한 투자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냉정한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민감하게 움직였다. 외국인들은 최근 이틀 새 현대차 주식은 54만 주, 기아차 주식은 52만 주를 내다 팔았다.

시장이 기업의 무리한 인수합병(M&A) 추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드물지 않다. 지난해에는 효성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시도가 문제가 됐다. 효성이 채권단에 의향서를 내고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자 곧바로 주가가 급락했다. 결국 효성은 인수를 포기했다. 시장은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반겼다. 이후 효성의 주가가 반등한 것은 물론이다.

정몽구 회장은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릴까. 시장의 경고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무시하고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 만일 현대건설을 꼭 사야 한다면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공개와 설득을 전제로 해야 한다. 시장과 원활한 소통은 기업 경영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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