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가난한 이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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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영복 선생은 말합니다,

여름보다 겨울이 낫다고.

선생은 옆에 있는 사람을

37도 열 덩어리로만

여기게 되는 여름은

가혹하다고 했습니다.

살 비비며 체온 나눌 수 있는

겨울의 '가까움'이 더 낫다는

그런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세밑입니다.

자선냄비가 곳곳에 자리잡고

보육원이며 양로원 같은 곳

돌아보자고들 합니다.

그런 말이 많은 건

그만큼 없는 이에겐

겨울이 버겁다는 말이겠죠.

갑자기 추워진 이번 주

우울한, 아니 기막힌 소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굶주림에 지친 네살배기가

장롱 안에서 식어갔습니다.

엄마는 정신지체 장애인,

아빠는 날품팔이꾼이랍니다.

배고픈 엄마가 이웃을 찾아

1500원을 빌려간 이튿날

그나마 관심 가져준 이웃이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답니다.

장애인 40대 두 아들과 살던

80대 노모 이야기는

슬픔을 더합니다.

전기료 아끼려 켜놓은 촛불이

화마를 불렀답니다.

아들은 살렸지만 어머니는….

또 있습니다.

가난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가

다섯살 난 아들을 죽이고

자기도 목을 매었습니다.

온기가 필요한 계절인데도

모두 웅크리고만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살 수 있다면야

그나마 다행일테죠.

웅크릴 힘마저 없는

그들은 어떡하나요.

*가난한 이웃들에게 닥친 비극적인 사건들이 이 겨울을 더 춥게 한다. 불황의 그늘이 짙은 요즘 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더욱 절실하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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