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달밤에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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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30일 유성의 삼성화재연수원. 짙푸른 소나무 숲에서 바람에 실려온 상쾌한 아침 공기가 따가운 초여름 햇살에 서서히 달아오른다. 하지만 폴란드 선수들은 아직 침대에서 뻐져나오지 못했다.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던 공개훈련이 취소된 것이 벌써 이틀째. 분명 이상징후다.

연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28일 저녁 연수원 운동장에서 격렬한 훈련을 벌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이튿날엔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아침식사를 시작했고 오전 훈련도 최소했다는 것이다.

29일 역시 폴란드 선수들은 밤이슬을 맞으며 한밭대 운동장에서 경찰들의 보호망 아래 실전을 방불케하는 훈련을 했다.

30일 오전 연수원은 역시 조용했다. 연수원측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늦잠을 자고, 깨어난 선수들도 사우나와 마사지로 몸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시차적응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엄살(?)을 피우던 엥겔 감독의 말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하지만 폴란드의 경기 시간을 보면 '아차'하는 탄성이 나온다. 폴란드가 한국·포르투갈·미국 등과 경기를 갖는 시간은 모두 오후 8시30분. 폴란드는 실제 경기 시간에 맞춰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태여 시차적응을 위해 몸부림칠 필요도 없는 게 당연하다.

한국이 16강 진출의 갈림길로 보고 심혈을 기울여 대비하고 있는 폴란드와의 첫 경기는 6월 4일 오후 8시30분이다. 어느 팀이 이 시간대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일지 모른다. 폴란드의 '달밤 구슬땀 훈련' 소식은 한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대전=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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