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막전 주목할 선수> 프랑스 비에라, 세네갈 디우프 "딱 걸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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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초콜릿의 나라'로만 알려져 있던 세네갈을 축구강국의 대열에 올려놓으며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엘 하지 디우프(21·랑스).

그는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8골(게임당 1골)을 뽑아내는 무서운 득점력을 과시했다. 경기만 열리면 어김없이 골을 쏘아댄다고 해서 붙은 별명(serial killer)에 걸맞게 그에게는 '킬러 본능'이 꿈틀거린다.

그가 역사적인 한·일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계 챔피언 프랑스 사냥의 선봉에 선다. 디우프의 공격 스타일은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를 연상케 한다.

슬슬 걸어다니다가 미드필드에서 자신에게 패스하려는 순간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무섭게 내달린다. 눈깜짝할 사이 상대 마크맨은 저만치 멀어져가는 디우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다. 흑인 특유의 유연함과 순간적인 스피드가 최고 무기인 디우프는 30줄을 넘긴 프랑스 수비를 멋지게 따돌리고 개막 축포를 쏘아올릴 꿈에 부풀어 있다.

특히 1m82㎝의 키에 생고무 같은 탄력으로 폭발시키는 헤딩슛까지 겸비하고 있어 지상과 공중에서 번갈아 프랑스 골문을 뒤흔들 태세다.

디우프의 공격을 차단하는 프랑스의 1차 저지선 역할은 파트리크 비에라(26·아스날)가 맡는다.

지네딘 지단도 "비에라가 프랑스 선수라는 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고 극찬한 그는 대인 마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칠다는 것으로는 모자라 난폭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운 그의 플레이에 상대 공격수들은 이내 주눅이 들고 만다.

로베르 피레스의 부상 공백으로 수비형 중앙 미드필더에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로제 르메르 감독에게서 디우프의 공격을 전방에서 조기 차단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그는 농구 선수만큼 큰 키(1m93㎝)에 발도 빨라 디우프의 고공 침투까지도 거뜬히 막아낼 적임자로 평가된다.

그에게 세네갈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세네갈에서 여덟살 때 프랑스에 입양된 세네프(senef: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세네갈인)이기 때문이다.

늘 무표정하고 슬퍼보이는 눈 뒤에는 그만의 아픔이 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조국과 개막전에서 만날 수 있게된 건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그러나 감상에 젖지않고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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