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통령 사과” …‘영포 게이트’총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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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일·포항 출신 고위 공무원 모임인 ‘영포목우회’(영포회)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옛 영일군은 1995년 포항시에 통합됐다. 목우회(牧友會)는 관리들의 모임을 뜻한다.

민주당은 2일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영포회가 관여됐다며 아예 사건 자체를 ‘영포 게이트’라고 명명하는 등 총공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장 출신인 신건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영포 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 정권이 들어선 이후 포항 인사를 중심으로 어떤 권력 남용과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영포회 명단을 확보하기로 했으며,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도 추가로 파헤치고 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려 문제가 됐던) 김모씨 외에 다른 민간인이 전 정권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총리실 내사와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제보 등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는 당 회의에서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은 권력형 게이트 사건”이라며 “국정조사 등을 통해 영포 게이트 진상을 규명하고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은 영포회를 즉각 해산시키라”고 촉구했고, 박주선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여권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단 총리실은 이날 4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을 구성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창영 공보실장이 밝혔다. 김 실장은 “이 지원관의 직권 남용 등 위법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에 이첩하는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고혈압 증세로 입원했던 이 지원관은 지난달 24일 퇴원한 뒤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측은 민간인 사찰 건에 대해 “공무원이 관련됐다는 제보를 접수해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인 것이지 불법 사찰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총리실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긴장하는 분위기다. 야당의 공격이 결국 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영호 청와대 비서관과 이 지원관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이 비서관은 포항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야당 주장처럼 공직사회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특정 지역 출신 일부 참모나 관료가 구설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어 지난해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결국 잡음이 나는 것을 보니 당시 정리가 제대로 안 된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영포회 측은 "이인규 지원관은 포항 출신이 아닌 영덕군 출신이기 때문에 정식 회원이 아니다”라며 "청와대 비서관도 민간인 출신으로 대통령 선거 캠프에 있다가 청와대로 발탁돼 중앙부처 행정공무원 단체인 영포회 회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 문제는 이미 정부가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 야당이 게이트 운운하며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는 것은 7월 재·보선을 겨냥한 의혹 부풀리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포항 라인이 인사 검증이나 사정을 주도한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얘기였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불만이 정권 초기엔 억눌려 있다가 지방선거 패배 이후 터져나오는 상황을 간단히 봐선 안 된다”고 걱정했다.

강주안·남궁욱·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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