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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마케팅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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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할인점은 평소 폐점 2시간 전부터 신선 식품을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한다. 그런데 신세계 이마트는 6월초 부터 할인 시간을 오후 4시로 당긴다. 이 회사 마케팅실 방종관 부장은 "오후 6시부터 10시 폐점까지의 판매가 하루 매출의 40%를 차지하는데 대표팀의 평가전 당시 저녁시간대 매출은 30% 이상 줄고, 오후 4시 이전의 매출은 40% 이상 늘었다"며 "경기 시작 전에 미리 장을 보는 가정이 많아 할인 시간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31일부터 할인 시간대를 평소보다 3~4시간 앞당긴 오후 4시로 바꾼다.

월드컵이 업체들의 마케팅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월드컵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 스타일이 바뀌고 있어 기존 전략으로는 매출을 올리기 힘들다는 생각에서다.

◇달라지는 유통업계 마케팅=축구 중계에 손님을 빼앗길 우려가 큰 TV홈쇼핑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LG홈쇼핑은 중국·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이 중계되던 시간에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골프채를 팔았으나 매출이 평상시보다 10~15% 줄었다. 그러나 잉글랜드·프랑스 평가전 중계방송 시간대에 주방용품·다이어트식품·속옷 등으로 품목을 바꾸자 매출이 5~10% 늘었다.

LG홈쇼핑 박재규 상무는 "중계 시간대에는 판매 단가를 낮추고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제품들로 바꾸는 게 매출 증대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도 축구 중계시간에는 여성 관련 상품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편의점들은 축구경기가 끝난 심야를 노린다. LG25는 업소마다 파라솔·의자를 2~3세트 이상 확보하고 샌드위치·삼각김밥 등 패스트푸드의 발주량을 두배 가량 늘리기로 했다. 또 LG텔레콤의 '카이 카드'를 제시하는 고객에겐 담배·전화카드 등을 제외한 3천여 가지 제품을 15% 할인 판매한다.

수퍼마켓은 배달 서비스를 강화한다. LG수퍼마켓은 배달 차량·인원을 현재보다 50% 확대하고, 배달서비스 시간도 오후 8시까지로 1시간 늦춘다.

◇다양한 손님 끌기 작전=외식업계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저녁 시간대에 경기가 집중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장에 대형 TV를 새로 달고 휴식공간도 늘리는 업체가 많아졌다.

토니로마스는 태극기·축구공 등을 동원해 매장 인테리어를 월드컵 분위기로 바꿨다. 또 폐점 시간을 오후 11시30분에서 오전 2시로 연장했으며, 강남역점의 테라스에는 대형 와이드TV를 설치했다.

'월드컵 패키지 상품'도 등장했다. 신세계 이마트·롯데 마그넷·LG수퍼마켓 등은 안주나 즉석 식품을 한데 모은 패키지 상품을 1만~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DHL코리아는 월드컵 기간 중 운송료를 25% 할인한다.

유럽·미국 등에서 2주 전에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2' 등 국내외 영화의 개봉시기도 7월 이후로 늦춰졌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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