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물 봇물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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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6월 중순부터 종합주가지수 산출 방식이 바뀜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이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커졌다.

프로그램 매매를 주로 이용하는 이들은 프로그램 매매의 잣대로 삼는 주가지수가 바뀔 것에 대비해 미리 보유 물량을 털어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맥빠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거래소는 다음달 14일부터 주가지수를 산출할 때 보통주만 포함시키고 구형 우선주를 제외한다. 종합주가지수는 물론 코스피 200지수 등 거래소의 모든 주가지수가 이렇게 계산된다.

프로그램 매매에서 가장 중요한 매매 잣대는 코스피200지수. 구형 우선주를 빼게 되면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형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경우 코스피200지수 내 비중이 낮아진다. 대신 SK텔레콤·국민은행 등 우선주가 없는 종목의 비중은 높아지게 된다.

<표 참조>

현대증권은 지난 24일 현재 구형 우선주가 코스피2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코스피200지수는 우선주 제외로 이 비중 만큼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코스피200지수는 거래소 주요 상장종목 2백 개의 주가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지수로, 이 지수가 선물지수보다 높으면 기관들은 값이 싼 선물을 매수하는 대신,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주식을 처분한다. 반대로 코스피200지수가 선물지수보다 낮으면 선물을 팔고, 주식을 사는 프로그램 매수에 나서게 된다.

증권거래소는 이처럼 구형 우선주를 주가지수 산출 대상에서 빼는 대신 29일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열고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새로운 종목을 선정할 방침이다. 현대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 출범과 신규 상장 등으로 인해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LG전자·LG화학·LG카드·외환신용카드 등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네 종목이 현재 코스피2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6%. 따라서 우선주를 빼고 이 네 종목을 코스피200지수에 포함시키면 10.5%가량의 지수 변화가 일어난다. 지금껏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전후해 이처럼 지수가 큰 폭으로 바뀌게 되는 경우는 없었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은 지수 변화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시로 프로그램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오후 2시까지 기관들은 프로그램 매수로 8백3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선물가격이 크게 떨어지게 되자 즉시 프로그램 매도에 나서 한꺼번에 1천2백2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종합주가지수는 장 막판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오후 2시 직전까지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포인트 가량 떨어진 851을 기록했다. 그러나 장 종료 1시간을 남겨놓고 집중된 프로그램 매도로 인해 순식간에 주가지수는 17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막판에 하락 폭이 조금 줄어들어 결국 14포인트 떨어진 840.57로 거래를 마쳤다.

프로그램 매매 대상인 삼성전자·SK텔레콤·현대자동차 등 대형우량주들이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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