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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칼 싹둑 자른 그녀 ‘그래미상 먹을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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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자가 머리칼을 싹둑 끊어낼 때, 그 막막한 심경을 누가 모를까. 실은 무심한 세상에 이렇게 공표하고 싶은 게다. “이전과 다른 내가 되겠노라.” 이 여자의 변신도 그랬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뭉텅 잘라냈을 때, 진즉 알아챘어야 했다. 이를테면 그의 금발 숏 컷은 “차원이 다른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선언이었다.

캐서린 맥피는 “오디션에 도전할 때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또렷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가수에 대해선 “비가 나오는 방송을 봤는데 정말 섹시했다”고 했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

팝스타 캐서린 맥피(Katharine McPhee·26)가 3년 만에 두 번째 앨범 ‘언브로큰(Unbroken)’을 발표했다. 2006년 미국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데뷔한 그는 대중에게 ‘섹시 아이돌 스타’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는 섹시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움켜쥐면서도, 실력파 뮤지션에 근접했다. 총 13곡 가운데 6곡을 직접 쓰면서 싱어 송 라이터로 변신했다. 거듭 말하지만, 그가 머리칼을 잘랐을 때 이런 변화의 폭을 알아챘어야 했다.

캐서린과의 전화 인터뷰도 짧아진 머리칼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왜 머리카락을 잘랐냐”고 묻자 “보통 여자들이 겪는 심경 변화일 뿐 ”이라며 담담하게 답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안다. 데뷔 앨범을 낸 이후 지난 3년간 그의 가수 인생은 적잖이 출렁였던 게 사실이다.

그간 세계적인 남성 잡지 FHM의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50인’에 선정되고, 인기 드라마 CSI 시리즈에도 출연하는 등 스타로서의 입지는 단단해졌다. 그러나 음악적인 고민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2007년 초 발매한 데뷔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10대 팬을 타깃으로 제작된 앨범은 솔(soul) 발성에 가까운 그의 보컬과 버성겼다는 평이 많았다.

“음악적으로 더 창의적인 스타일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가 부를 노래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죠. 제가 직접 쓴 노래를 제 음색에 맞게 부르다 보니 내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즐거웠어요.”

캐서린은 깊은 울림을 지닌 보컬로 이름값을 올려왔다. 그가 오디션 때 처음 부른 곡이 전설의 재즈 보컬리스트 빌리 홀리데이의 ‘갓 블레스 더 차일드(God Bless the Child)’였다. 가수이자 보컬 코치인 어머니 덕분에 무수한 팝·재즈 곡을 따라 부르며 성장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셨어요. 지금도 제 가수 생활의 든든한 후원자이시죠.”

이번 앨범에서 그는 보컬의 역량을 한층 끌어올렸다. 종종 불안했던 고음 처리는 깔끔해졌고, 호흡도 편안해졌다. 팝·솔·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보컬의 매력을 제대로 뿜어냈다.

그는 “그래미 상을 타고 싶다”고 했다. 갓 20대 중반을 넘긴 이 여자 가수는 “그래미 상 후보에라도 올라서 가수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타이틀곡 ‘언브로큰(Unbroken)’이 일러주듯, 섹시한 이미지와 강렬한 보컬이 떠받치고 있는 자신의 음악 세계를 흩트리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혔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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