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날개 다친 해오라기 “어찌할까” … 119 도움 요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날개를 다친 해오라기가 아파트 나무에 앉아 있다. 아래는 해오라기 날개 골절 X선 촬영사진.

심하게 다쳐 위기에 처한 동물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하나. 애완동물일 경우 주인을 찾아주면 될텐데…. 야생동물일 경우 난감하다.

28일 오전 7시 천안 다가동 서해그랑블아파트 단지 내 나무에 길이 50cm정도 되는 큰 새 한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한눈에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틀전에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새다. 사람이 가까히 접근해도 날아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한쪽 날개가 꺾여, 날지 못하는 부상을 입은 새였다.

“이틀간 굶고 나무에 저렇게 계속 앉아 있던 것일까.”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알고 지내던 천안소방서 박하정 소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람들 구난(救難)신고는 119에 전화하는데, 동물은 어디다 해야 하나요?” 119에서도 신고를 받는다고 했다.

전화를 했다. 충남도청 소방안전본부 상황실이 나왔다. 자초지종을 알려줬다. 그리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물었다.

관할 시·군 환경보호과에 신고 내용이 전달된다고 했다. 천안시 경우 환경위생과 환경정책팀에 담당자가 있었다. 이곳에선 다시 관할 구청에 전달하는데 다가동의 경우 천안 동남구청의 산업환경과 환경관리팀으로 연락이 간다. 정광일 담당은 “올 초부터 야생동물 담당 업무를 맡았는데 현재까지 8건을 접수·처리했다”고 말했다.

정 담당은 “구청은 야생동물 포획장비를 완벽하게 갖출 수 없어 소방서 119구조대의 협조를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해오라기 구조도 천안 북부119구조대 김지인 반장이 맡았다.

포획된 부상 해오라기는 곧바로 쌍용동에 있는 굿모닝24시간동물병원에 ‘후송’됐다. 이 동물병원은 천안시와 치료 계약을 맺고 있다. 날개 골절상을 입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송현석 원장은 날개에 접합 핀을 박는‘수술’을 했다. 해오라기는 수술 회복을 위해 공주대 예산캠퍼스의 방사장으로 보내졌다. 수술보다 ‘회복’이 더 중요하다. 송 원장은 “이 해오라기가 차량이나 아파트 유리창과 충돌해 날개 부상을 입은 것 같다”며 “적어도 45일간의 ‘재활 치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생동물 치료비는 충남도·천안시 혹은 문화재청(천연기념물의 경우)이 지불한다. 송 원장은 올해 야생동물 54마리를 치료했다. 그 중에 소쩍새·수리부엉이·올빼미·원앙 등 천연기념물이 21마리였고 고라니·너구리·비둘기 등이 33마리였다. 고라니 부상이 16마리로 가장 많았다. 불법 올무에 걸렸거나 길에서 차량과 부딪쳐 부상한 것들이다. 야생동물 구난 신고는 119외에도 천안시청서도 받는다. ▶문의=041-521-5402.

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