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우려 신호등이 켜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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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보다 5.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나 한국은행이 예상했던 4%대를 훨씬 웃도는 이같은 고성장은 경기 과열 우려를 가리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올 들어 경기 회복 과정에서 부동산과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과열 조짐이 있는 만큼 경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줄곧 지적해 왔다. 과속을 하다 보면 도처에서 거품이 발생하고 물가 압력으로 이어져 경제가 부실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감안,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췄던 재정지출을 중립 기조로 바꿨다. 부동산과 신용카드지출 등 내수분야의 과열 조짐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들도 내놓았다. 한은이 이달 초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1분기 성장률은 이런 대응을 한층 강화해야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내수에 치우친 성장 패턴은 여전하지만 수출과 설비투자가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는 등 경기회복세가 전반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월드컵 특수까지 가세할 2분기 성장률은 1분기를 웃돌 전망이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7%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물가 부담 없이 거둘 수 있는 성장률인 잠재 성장률(5~6%)을 웃도는 위험한 수준이다.

정부나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의 내용과 의미를 면밀히 분석해 경기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망이 불투명하고 국제유가·환율·설비투자 회복세 등에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열을 우려하는 신호등이 켜졌다면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돈줄을 죄는 정책선택이 쉽지는 않을 것이나 선거를 위해 경제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 자칫 거시정책에 실기(失機)한다면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현 정부의 치적까지 빛을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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