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잡은 '멀티 플레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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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한국 선수들은 양쪽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그래서 다양한 전술 운영을 할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은 다기능(multifunctional)이다."(거스 히딩크 감독)

멀티플레이어 전성시대다. 21일 잉글랜드 평가전은 멀티플레이어가 한국 축구대표팀 전술 운영의 축으로 자리잡았음을 입증한 한판이었다.

20일 훈련에서 왼쪽 수비수 김태영이 갑자기 다치자 히딩크 감독은 오른쪽 수비수 최진철을 김태영 자리로 돌리고 그 자리에 송종국을 기용했다. 송종국은 오랜만에 수비수로 변신해 에밀 헤스키를 잘 막아냈다.

스코틀랜드 평가전 때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이영표도 이날은 왼쪽 윙백으로 출전해 전·후방을 오가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박지성도 스코틀랜드전에선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됐지만 이날은 오른쪽 윙백과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결국 동점골까지 넣었다.

멀티플레이어의 모든 것을 보여준 선수는 유상철이었다. 전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던 유상철은 후반 들어 송종국을 대신해 오른쪽 수비를 맡았다. 그러다 경기 분위기가 한국의 공세로 바뀌자 앞으로 전진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한 경기에서 무려 세차례나 위치를 바꿨지만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소화했다.

이상철 KBS해설위원은 "잦은 위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멀티플레이어들이 각 포지션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귀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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