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수마을로 떠오른 강원·호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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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새로운 장수마을로 떠올랐다. 남성 장수자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2000년부터 전국 장수인의 특성을 연구해온 서울대 노화 및 세포사멸연구센터의 조사 결과 확인됐다.


자료 : 서울대 이정재 교수, 1990년과 2000년의 장수지역 특성 비교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22일 '한국 장수지역의 특성' 세미나에서 "국내 장수지역은 과거 남해안.제주도 등 특정 지역에 몰려 있었으나 이제는 소백.노령산맥을 중심으로 한 중산간지역으로 확대 이동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양양군.화천군.고성군.강릉시.횡성군.인제군.홍천군 등이 새로운 장수마을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2000년 기준 10만명당 100세인이 7명 이상이며, 장수 정도를 나타내는 65세 이상 인구 중 85세 이상 비율도 5%를 넘어섰다.

그는 "여성 장수인은 전남.제주에 많이 살고 있지만 남성 장수인의 비율은 강원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전국 85세 이상 장수노인 남녀 비율은 평균 1대 3.4인데 비해 강원도는 1대 2.6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인제군은 1대 1.5로 남자 노인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100세 이상 노인의 남녀 비율도 호남은 1대 13인데 비해 강원도는 1대 3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지역 장수인은 간염.당뇨병.암 등을 거의 겪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강원도가 장수지역으로 떠오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식생활의 개선이다. 교통이 나아지면서 산간지역에서 부족했던 단백질 등을 충분히 섭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강원의 장수인은 김.미역 등 해조류의 섭취량이 호남지역 장수인보다 많았다. 콩.두부.청국장 등도 호남의 장수인보다 약간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의 장수인은 채소.두류.곡류 등 식물성 식품을 즐겼으며 식용유를 가급적 덜 쓰는 조리법을 선호했다. 강원의 장수인도 식물성 식품을 좋아했으나 볶음.조림.구이.부침 등 식용유를 쓰는 조리 음식을 즐긴다는 점이 달랐다. 그러나 호남과 강원의 장수인은 모두 젓갈.장아찌 등 짠 음식과 우유.유제품.육류 등 동물성 지방이 많은 식품을 싫어했다. 밀가루 음식도 대부분 멀리했다.

둘째는 독립성이다. 이들 지역을 추적한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이정재 교수는 "강원도 노인들은 제주도 노인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자식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셋째, 연구자들은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을 들었다. 이 교수는 "강원도 노인들은 원래 강한 체질을 타고난 데다 전국민의료보험과 최저생계비 보장과 같은 보건정책이 장수에 기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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