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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TV 중계대결도 뜨겁다 3色 '입심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한·일 월드컵 D-15. 막바지 비지땀을 쏟고 있는 선수들 못지 않게 긴장의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경기장의 감동을 안방에 고스란히 옮겨야 하는 방송사의 캐스터와 해설자들이다. 그들은 같은 화면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방송에 시청자들이 채널을 고정토록 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KBS·MBC·SBS 방송 3사는 이미 스타급 아나운서와 축구 전문가들을 전면에 포진했다. 3사(社)3색(色)의 '입의 전쟁'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현장 감각'을 살린다=12년간 국가 대표 선수로 뛰었고, 히딩크 감독 부임 직전까지 국가 대표팀 감독을 지낸(1998~2001) 허정무씨. 국가 대표팀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가 핵심을 찌르는 해설을 보여 주겠다며 KBS의 간판 스타를 자임하고 나섰다.

"축구 해설의 묘리는 말을 많이 해서 쇼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을 정확히 짚어 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KBS측은 축구의 맥을 조리 있게 짚어 해설의 품격을 높이는 데에는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KBS는 허씨 외에 이상철·이강석·최경식씨 등 6명을 해설자로, 서기철·최승돈 아나운서 등 11명을 캐스터로 대기시켰다.

◇"최고 스타가 최고 해설가"=MBC는 월드 스타 차범근을 전면에 내세운다. 다소 어눌한 말투가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선진국 축구에 대한 식견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평.

98년 프랑스 월드컵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서, '할말은 하는' 예리한 해설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특히 MBC는 그의 친아들 차두리가 국가대표 공격수로 뛰고 있는 만큼 적어도 한국팀 경기는 차씨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BC에서는 차씨 외에도 '아시아의 야생마'로 이름을 떨쳤던 김주성씨가 해설 위원으로 활약할 예정. 여기에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입담을 과시했던 임주완 캐스터와 최창섭·이윤철·김창옥·김성주 캐스터가 타 방송사와의 진검 승부를 벼르고 있다.

◇무적의 황금 콤비가 온다="드디어…후지산이, 후지산이 무너집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께 밥상 들이듯 잘 넣어줬네요.""네, 외딴 백사장에 홀로 처박힌 빈 콜라병 같은 센터링이네요."(송재익 캐스터) "아, 각본 없는 드라마예요."(신문선 해설위원)

축구 중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인 송재익·신문선 콤비. SBS는 이들이 입담과 순발력 면에서 타 방송사를 단연 압도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띄우는'데 열심이다. 여의도 본사 사옥에는 이들의 사진을 담은 대형 현수막까지 걸려 있고,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이 이들이 입을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두 사람은 90년 이탈리아, 94년 미국, 98년 프랑스 대회 등 3차례나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환상의 중계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손석기·한종희·박상도 아나운서와 곽성호·강신우·김성남 해설 위원이 뒤를 받칠 예정이다.

정철의 KBS 스포츠 국장은 "캐스터·해설자들의 활약에 따라 시청률이 큰 차이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방송사마다 여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스타들이 벌이는 설전(舌戰)이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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