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에 따른 문화 획일화 거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인한 문화적 획일화에 대항하는 국제적 연대에 국내 문화단체들과 정치권이 적극 나서고 있다.

스크린쿼터제 수호 운동처럼 상업주의적 미국 문화 중심의 세계화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문화계가 연합하고 국회의원들까지 참여해 국제조직화하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한국출판인회의·한국연극협회·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16개 문화단체는 지난 7일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공동대표 김언호·김윤수·도정일·최종원)를 발족했다. 세계무역기구에 맞서 각국의 문화 다양성을 지켜주고 서로 교류시켜줄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대회의는 이에 따라 세계문화협약 조문작업을 하고 있는 캐나다의 세계적인 국제 법학자 이반 베르니어(라발대) 교수등을 초청, 13일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연대회의 양길환 사무국장은 "유네스코도 얼마 전 '문화다양성을 위한 선언문'을 채택했지만 현재로선 법적 구속력이 없는 등 한계가 많다"면서 "베르니어 교수 등이 추진 중인 '문화다양성을 위한 새 국제기구(NIICD)'의 조속한 설립을 목표로 다양한 국제적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NIICD 설립을 위한 움직임에는 한국 외에 프랑스·아르헨티나 등 52개국의 3백개 단체가 동참을 선언한 상태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도 각국의 문화 다양성 및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연대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 등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주축이 돼 14일 오전 '아시아·태평양 문화 다양성 수호 국제의원연대'를 출범시킨 것. 일본·몽고·스리랑카·필리핀 등 6개국 국회의원들이 참가했다.

특히 이날 오후 국제의원연대가 아시아태평양 극예술협회와 공동 주최한 '아시아·태평양 국제문화포럼 2002'에는 방한 중이던 베르니어 교수 등이 지정토론에 참석해 같은 목표를 향한 정치권과 민간단체의 유기적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궁극적으로는 정부·시민단체·국제문화기구 3자가 공동 참여하는,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강력한 국제문화기구를 만들려는 양측의 목표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