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 갖는 외국기업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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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0일 그동안 세들어 살던 서울 삼성동에서 역삼동 뱅뱅사거리에 있는 옛 두산중공업 건물로 이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천67억원을 들여 지상 22층 지하 9층짜리 이 빌딩을 사들였다. 최석진 회장은 "한국에서 푸르덴셜이 장기적으로 사업을 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사옥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와 장사를 하는 외국 기업 가운데 사옥을 사거나 사무실을 넓히는 곳이 많다. 아직 낯선 회사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한국에서 우수한 경영실적을 올린 것도 사옥을 사들이는 데 밑천이 됐다.

◇장사 잘 돼 사옥 산다=알리안츠생명은 지난 1월 말 서울 강남에서 여의도 신사옥인 '알리안츠타워'(옛 KTB네트워크 빌딩)로 이전했다. 지상 23층 지하 8층인 이 사옥에는 지난해 알리안츠그룹이 인수한 독일 드레스드너방크가 함께 입주했다.

트레버 달지엘 이사는 "국내 금융중심가에 사옥을 마련해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고 자긍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알리안츠는 23층에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테리아와 직원용 헬스클럽도 마련했다. 한국네슬레도 지난해 말 서울 서초동에서 청담동 신영빌딩으로 옮겼다. 한국네슬레 관계자는 "사무실이 이전에 비해 40% 가량 넓어졌다"면서 "실내에는 도자기 등 전통적인 인테리어를 가미했고 보안 시스템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한국휴렛팩커드는 1999년 서울 여의도 사옥을 매입했고, 볼보트럭코리아도 98년 당시 사무실이 입주해 있던 서울 한남동의 8층짜리 건물이 경매에 나오자 이를 인수했다.

부동산컨설팅 회사인 보비스 렌드리스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는 론스타·모건 스탠리 등 투자금융사들이 부동산을 투자 목적으로 구입했으나 최근 일반 외국기업도 한국 내 영업 호조에 따라 사옥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 늘리는 기업도 많아=어바이어코리아는 지난 3월 말 서울 여의도에서 역삼동 스타타워 12층으로 이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무실이 넓어져 고객들이 주요 제품과 솔루션을 구경할 뿐 아니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고객 데모센터(EBC)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스타카드 인터내셔날 코리아는 한국내 영업 강화와 지속적인 투자의 일환으로 최근 사무실을 서울 로얄빌딩에서 파이낸스센터로 이전했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는 담배 공장 설립 등 한국 내 사업 확장으로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달 14일 서울 신문로 세안빌딩에 있는 사무실을 대폭 늘려 1개층(2백8평)을 더 쓰기로 했다.

김동섭·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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