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남의 소금강 숲터널엔 꽃향기 가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호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지는 장안산(전북 장수군·1천2백37m)이며 백운산(전남 광양시·1천2백18m)과 무등산(광주·1천1백87m)이 그 뒤를 잇는다. 그런가 하면 추월산(전남 담양군·7백31m)에서 강천산(전북 순창군·5백83m)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산세도 부드럽고 주변 경관이 뛰어나 행락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내장산에서 추월산을 거쳐 30여㎞를 달려온 호남정맥은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강천산을 빚으며 전남땅으로 넘어간다.

강천산 군립공원에는 산성산(6백3m)을 중심으로 5백m대의 장군봉·왕자봉·형제봉·신선봉·깃대봉·천지봉 등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이어져 있다.

산성산은 조선시대 축조된 금성산성(사적 제353호)이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산행코스는 체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데 길어야 다섯시간을 넘기지 않고 높이도 낮아 가족단위의 산행코스로 제격이다. 또한 신라 진성여왕 때 창건된 강천사를 비롯해 금성산성·구름다리 등 볼만한 것이 강천사 계곡에 널려 있다.

연분홍 벚꽃과 하얀 목련, 분홍빛 진달래가 지고 난 자리에는 아카시아·박달나무의 흰꽃, 그리고 오동나무의 연보라 꽃잎이 5월의 신록 속에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여기에 아카시아와 오동나무의 농염한 향기는 숲속을 진동시킨다. 강천사 입구인 도선교에서 20리나 이어진 강천사 계곡은 벽계수가 쉼없이 흐르고 숲터널을 걷다보면 마음도 녹색으로 물든다.

강천사를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흥화정이 있는 넓은 공터에 다다른다. 철계단을 올라서면 50m 높이에 걸쳐진 구름다리(75m)가 앞을 막고 이곳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강천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행락객은 강천사~구름다리~전망대~강천사(2시간 소요)를 거쳐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본격적인 강천산행을 하려면 구름다리에서 전망대 반대편 능선을 타고 올라야 한다. 50여분을 오르면 왼편은 산성산, 오른편은 강천산 정상으로 갈리는 삼거리.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즈음이면 전망이 탁 트이면서 담양호와 추월산이 손짓한다. 삼거리에서 금성산성 북문까지는 1시간40분거리. 이곳에서도 산성산 정상까지는 20여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등산객들은 북문에서 연대암을 지나 강천저수지로 하산한다. 해발 약 3백m 지대에 만들어진 이 저수지는 산상에 있는 천지(天池)처럼 고요하면서도 아름답다.

이처럼 산세는 낮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강천산은 가마골을 사이에 두고 회문산(전북 순창군·8백30m)과 이웃해 있다. 회문산은 6·25전쟁때 인민군 빨치산들이 집결해 약 5년간 은거하며 유격전을 펼쳤던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가마골에는 군사학교·인민학교·정치보위학교를 포함한 3개 병단의 노령지구 사령부가 있었다. 이태의 소설 『남부군』 에 자세히 소개돼 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특산품=탐진강 상류에 위치한 순창은 예로부터 고추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순창고추장은 자르르 윤기나는 검붉은 색깔로 혀끝에 닿으면 알싸한 것이 감칠 맛이 나며 향도 은은하다.

순창고추장 민속마을 (063-653-8101)에서는 무·더덕·오이·깻잎·감 등을 재료로 장아찌를 만들어 지역 특산품으로 판매한다.

강천산=김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