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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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한나라당 이회창(會昌)후보와의 간격이 거의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풍'(風·노무현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3월 10일 이후 두달 만이다.

여기에 당내 비주류 중진들은 후보의 정계개편론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타이거풀스 고문변호사 경력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격까지 겹쳐 시련이 더하고 있다.

◇타이거풀스 고문변호사 논란=후보가 1999년 6월부터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입각하기 전인 2000년 7월까지 타이거풀스의 고문변호사를 지낸 데 대해(본지 5월 13일자 3면) 한나라당 이강두(康斗)정책위의장은 "체육복표 선정과정에서 정치권에 엄청난 로비를 한 타이거풀스에서 후보가 어떤 도움을 받았고,혜택은 어느 정도였는지 밝혀라"고 요구했다.

후보측 유종필(鍾珌)공보특보는 "구속된 이 회사 대표 송재빈씨와 후보가 변호사 계약 당시 세차례 만났다"고 밝혔다. 특보는 그러나 "청탁은 일절 없었고, 宋씨는 자신의 사업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가 최규선(崔圭善)씨와 만난 사실도 공개됐다.

특보는 "연초 아는 사람이 崔씨를 데려와 인사한 적은 있다"며 "崔씨가 자신을 미국통이라고 하면서 돕고 싶다고 했으나 후보가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후보측은 "그간 타이거풀스 외에도 중소기업체 20여곳의 고문변호사를 지냈다"며 "타이거풀스에 특별히 조언한 적은 없고, 다른 회사의 고문변호사료는 30만원 정도였으나 장관 입각시 모두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갈수록 좁혀지는 여론조사=이날 문화일보와 YTN의 여론조사에서 후보와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사실상 역전된 상황"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지지율이 빠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게이트 정국이 꼽힌다. 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후보의 안정감을 주지 못한 행보도 지지율 하락에 한몫했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 업체의 한 관계자는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역풍을 만들었고, 신민주대연합 형식의 정계개편론도 3金 부활이라는 부정적 여론을 자극하면서 후보의 참신한 이미지를 잠식시켰다"고 한 관계자는 분석했다.

◇정계개편 이견 보인 민주당 최고위원회=후보의 정계개편론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박상천(朴相千)위원은 "정계개편이 지방선거 전에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명확히 하자"고 말했다. 정균환(鄭均桓)총무도 정계개편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협(協)위원은 "정계개편의 배경·흐름을 최고위원들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보를 지원해온 동교동계 구파의 김태랑(金太郞)위원은 "정계개편의 개념,전망을 분명히 하라. 혼선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소장파 의원을 대표한 신기남(辛基南)위원은 기자들에게 "신당은 내던지는 기분으로 해야 한다"며 당 일각의 반발을 '기득권 유지 목적'으로 일축했다. 그는 "당명을 개정해 신당을 만들고, 지도부도 다시 뽑고, 지역조직도 다시 할 수 있다"며 "이번주 중 소장 개혁파 의원들이 정계개편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소장파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지도부를 압박하며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한 신당창당 움직임을 보일 경우 당내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강민석·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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