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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거리응원, 장소도 패션도 국적도 다양해져

중앙일보

입력

월드컵 거리 응원이 진화하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한국 대표팀의 선전 못지 않게 거리응원도 돋보였다.

◇시청에서 한강으로=우선 거리응원 장소가 다양화된 점이 눈에 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여전히 '대표적 명소'였지만,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앞과 한강공원이 새로운 응원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2일부터 26일까지 한국전이 열릴 때마다 한강공원을 찾은 인파는 모두 74만9000여명(여의도·반포·뚝섬 수치 합산). 특히 반포 한강공원은 17일 13만명이 거리응원에 나서 같은 날 10만명이 모였던 서울광장, 12만명이 모였던 영동대로를 앞질렀다. (표 참조)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은 "한강공원이 대부분 지난해 말 재개장하면서 접근성이 좋아지고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탁트인 한강변에서 응원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스 전과 아르헨티나 전이 오후 8시30분에 열리는 등 한국과 시간대가 맞았던 점도 거리응원 열기에 불을 지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대부분의 경기가 자정 또는 새벽 4시에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전은 전국에서 총 156만7000여명이 거리응원에 나서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

◇진화하는 패션=그리스전이 있었던 13일과 우루과이전이 있었던 26일에는 비가 내렸다. 경찰은 이 때문에 당초보다 적은 인원이 거리로 나올 것으로 추산했다. 응원객들은 붉은 티셔츠 위에 우비를 입고 붉은 뿔이 달린 머리띠를 눌러쓰고 나왔다. '노출패션'대신 '우비패션'이 화제가 됐다.

뿔 머리띠는 이번 월드컵 거리응원의 최고 히트상품이 됐다. 옥션이 1일~23일간 집계한 '월드컵 특수상품 16선'가운데 뿔 머리띠는 1만7000여개가 팔려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붉은 티셔츠(5만5000장), 아프리카 전통 응원도구로 남아공 월드컵에서 화제를 모은 부부젤라는 12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응원=거리응원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월드컵 기간은 보통 관광업계에겐 비수기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전년대비 6월 입국자가 25~3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에 신종플루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거리응원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전문사이트 '론리플래닛'에는 한국의 거리응원을 소개한 한 블로거의 글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울산에 거주하는 이 블로거(teachtravelplay)는 "수천명의 축구팬들이 붉은 뿔 머리띠를 한 채 응원을 펼쳤다. 그리스 전에서 이정수 선수가 골을 터트렸을 때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외침을 몇 마일 밖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라고 적기도 했다. 곳곳에서 붉은 악마 옷차림을 하고 거리응원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거주자들에 대해 한국 시민들은 "보기 좋다",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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