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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4개로 나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재계 서열 5위(공기업 제외·자산 기준)의 한진그룹이 4개 소그룹으로 분리된다.

1993년부터 창업주인 조중훈(82)한진그룹 회장의 아들 4형제가 계열사를 네 묶음으로 나눠 책임경영하는 체제를 유지해 왔으나,이제는 지분을 정리해 4개 소그룹으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그룹을 4개 소그룹으로 나누는 방침은 정해졌으며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형제들 간에도 합의를 본 것으로 안다"면서 "그룹 재무팀에서 상호지급보증 해소,상호출자 지분 감축 등 공정거래법상의 계열분리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지분 정리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장남 조양호 회장 계열의 대한항공·한진·한국공항·정석기업 등 항공 관련사▶차남 남호씨 계열의 한진중공업·한일레저▶3남 수호씨 계열의 한진해운·거양해운 등 해운 관련사로 분리될 예정이다. 4남 정호씨는 2000년 4월 이미 메리츠증권을 계열분리해 경영하고 있으며, 동양화재·한불종금 등 금융계열사들이 정호씨 그룹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한진그룹이 4개 소그룹으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한진해운(12.51%)과 한진중공업(20.89%) 지분을 3% 이하로 낮추는 등 계열사간 상호출자 비율을 줄여야 하고, 수조원대로 추정되는 계열사간 지급보증도 해소해야 한다.

대한항공 김호택 상무는 "10년 전부터 소그룹 분리를 위한 책임경영체제를 유지해 계열분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지분 정리 등에 시간이 걸려 일러도 내년께에나 분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형제들간의 계열분리 이후 소그룹간의 협조 등 물류 전문 기업군으로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결국 한진그룹은 4개로 분리되더라도 소그룹간에 브랜드를 공유하고 서로 협조하는 '느슨한 결합체'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양호 회장은 9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소그룹 분리방안으로 효성그룹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은 84년 조홍제 창업주의 타계 이후 장남인 조석래 회장이 동양나일론·효성중공업·효성물산 등을,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를, 조욱래 회장은 효성기계를 총괄하는 체제로 그룹을 나눴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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