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속에 든 부품 광고하니 제품은 저절로 뜨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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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만드는 인텔은 10여년 전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직접 PC 부품을 알리는 글로벌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전세계 PC 제조업체들이 자사 광고에 인텔의 로고송과 로고를 삽입하면 인텔이 광고비의 일정액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인터넷 광고와 옥외 광고 비용도 일부 부담하고 있다. 인텔은 특히 지난 해부터 노트북 전용 CPU와 무선랜 모뎀.칩셋을 한데 묶은 '센트리노 칩'을 내장한 노트북 PC의 광고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인텔코리아의 곽은주 차장은 "센트리노 칩을 장착한 노트북 PC의 배터리 수명이 기존 제품보다 길다는 점을 온라인.TV.지면 광고를 통해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간접 홍보마케팅이 자리를 잡으면서 인텔 브랜드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인텔의 인지도는 1991년의 46%에서 80%로 수직 상승했다. 또 인텔의 브랜드 가치는 브랜드 평가기관인 인터브랜드 평가결과 올해 세계 5위에 랭크됐다.

부품.소재를 만드는 국내외 기업들이 인텔의 이 같은 마케팅 기법을 따라 소비자에게 바짝 다가서고 있다. 자사의 부품이나 소재가 알려지면 이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이 잘 팔리고 결국 자사의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인사이드 마케팅'이라 부르는데 인텔의 '인사이드 프로그램'에서 유래된 것이다. 최근 들어선 인사이드 마케팅의 업종도 전자.섬유.자동차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기능성 섬유소재인 '고어텍스'를 수입 판매하는 고어코리아는 서울 시내 버스에 광고물을 붙였다. 고어텍스 소재로 만든 신발을 신으면 발이 편안하다는 내용의 광고다. 이 회사는 또 지하철 전동차에 방풍 소재 '윈드스타퍼'의 광고를 하고 서울 인근의 등산로 입구에서 고어텍스로 만든 등산화를 고쳐준다. 소다.랜드로바가 만든 고어텍스 소재의 세미 정장 구두를 나눠주기도 한다. 고어코리아의 관계자는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매출의 10% 정도를 소재 홍보비에 쓰고 있다"며 "인사이드 마케팅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플래시메모리 반도체의 독자브랜드를 만들 예정이다. 플래시메모리 메이커로는 처음이다. 이 회사는 2000년부터 자사의 TFT-LCD(초박막액정화면)를 넣은 PC 및 모니터에 '와이즈 뷰'라는 독자 브랜드를 붙이고 있고, 인텔처럼 고객 업체의 광고비는 물론 마케팅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메이커인 삼성 SDI는 동급 브라운관에 비해 두께를 15㎝ 줄인 브라운관에 '빅슬림(Vixlim)'이란 브랜드를 붙였다. 빅슬림 전용 홈페이지(www.vixlim.com/co.kr)를 지난 8월에 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도 순정 부품을 쓰자는 캠페인을 버스와 잡지 광고를 통해 벌이고 있다. 반도체칩 회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올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디지털 TV에 쓰이는 TI의 영상처리 기술인 DLP칩을 홍보하는 TV 광고를 하고 있다. TI 측은 "소비자들이 DLP칩의 가치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칩으로 만든 삼성.LG.파나소닉 등에서 만든 TV를 찾는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업체인 독일의 보쉬는 국내 의류 메이커 AMH와 손잡고 보쉬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AMH의 옷에 보쉬의 로고인 'BOSCH'를 새긴 30여종을 자사의 국내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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